'베이징은 지금 도로 건설 중.' 요즘 자동차를 타고 베이징을 돌아보면서 실감하게 되는 말이다. 2년 전 2개에 불과하던 도시 순환도로는 현재 4개로 늘어났다. 또 다른 순환도로(제6환)가 건설중이다. 외곽에는 베이징과 중소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 건설사업이 한창이다. 지난 3년 동안 베이징시가 건설한 고속도로는 2백28㎞. 이전 14년 간 새로 건설한 고속도로 총 연장길이와 맞먹는 수준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도로가 뚫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베이징뿐만 아니다. 중국 전역에서 도로건설 바람이 일고 있다. 모든 성(省)정부가 국가 재정지원을 받아 도로포장 사업에 매달리고 있다. 각 성장(省長)들은 "도로 건설을 업무 능력 평가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주룽지(朱鎔基) 총리의 지시가 있자 현장에서 삽을 들고 공사를 독려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말 중국 고속도로는 2만㎞를 돌파,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섰다. 99년 10월 1만㎞를 돌파한지 3년이 안된 시점에서 고속도로를 2배 더 연장했다. 고속도로 건설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부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도로 건설사업을 경기부양 정책의 한 수단으로 선택했다. 지난 4년 동안 6천억위안(1위안=약 1백50원)의 특별 국채를 발행,이를 모두 사회간접자본(SOC)건설 사업에 투자했다. 주 총리는 재정 불균형을 우려하는 반발을 물리치고 SOC건설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래서 '뉴딜정책의 신봉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가치가 높지 않은 도로가 건설되기도 한다. 서부지역 신설 고속도로의 상당부분은 자동차 왕래가 뜸하다. 기자가 다녀온 닝샤(寧夏)성 인촨(銀川)의 한 고속도로에서는 차를 발견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경제적 가치 논란에 대한 중국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지금은 교통량이 없을지 몰라도 10년,아니면 50년 후에는 반드시 그 길에 자동차가 폭주할 것"이라는 게 주 총리의 신념이다. 중국은 지금 50년 앞을 내다보고 전국에 거미줄 고속도로망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이 무섭다'고 말하는 또 다른 이유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