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다나카 고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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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중 한 사람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의 이력은 독특하다.
1959년 일본 도야마(富山)에서 태어난 그는 양부모 밑에서 자라 도호쿠(東北)대 전기공학과를 5년 만에 졸업했다.
소니 입사시험에 떨어져 교토(京都)의 시마즈(島津)제작소에 들어간 뒤 연구하는 게 좋다며 승진시험을 안봐 입사 19년이 되도록 분석계측사업부 주임에 머물렀다.
노벨상 발표 이후의 행동 또한 이색적이다.
발표 당일 회사의 작업복 차림으로 나타난데다 이사대우로 승진시켜 준다는 회사측 제의도 거절했다.
또 "수상의 기쁨보다 더이상 전철을 못타는 것이 아닐까,단순했던 생활이 어떻게 될까" 하는 불안감이 더 앞선다고 털어놨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옛날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행복하려고 노력한다.혼란스럽고, 진실한 모습은 무엇인지 고민한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그가 수상 업적으로 인정된 단백질 질량분석법의 원리를 발견한 건 87년,28세 때였다.
실험 중 실수로 액체 글리세린을 코발트 미분말 위에 떨어뜨린 게 계기가 됐다.
신약 개발의 새 지평과 암 조기진단의 가능성을 연 것이지만 일본학회에선 주목을 못받았다.
일본내 기술특허와 관련,회사에서 받은 돈은 1만1천엔(약 11만원)이었다.
후학을 위한 한 마디도 "항상 호기심을 유지하고 주저하지 말라"는 것이다.
9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존 내쉬는 스무살 때인 49년 27쪽짜리 논문으로 하루 아침에 제2의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았지만 이 때문에 정부의 소련암호 해독프로젝트에 투입된 뒤 40여년을 정신분열증으로 고생했다.
유명세란 이처럼 사람을 지치거나 변하게 만든다.
다나카의 인생과 태도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길 없다.
충분히 유명해진데다 일부 과학자들이 그의 수상자격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 까닭이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의 그는 누가 알아주든 말든 최선을 다하고 실수로 일어난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일확천금 따위에 관심없이 자기세계에 몰두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리 이상할 것 없는 그의 행적이 주목을 끄는 것도 그 때문일 터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