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9일 내놓은 내년 경제전망은 대내외 불안요인에도 불구, 5%대 후반의 견조한 성장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낙관론을 담고 있다. 이는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대체로 4.5~5.6% 성장을 점친 것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상수지도 30억달러 흑자를 예상, 간신히 적자를 면하거나 소폭 적자를 예상한 대부분 연구기관들과 차이를 보였다. 정규영 한은 조사국장은 "내년 상반기엔 수출이, 하반기엔 투자와 소비가 경제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반기 둔화, 하반기 회복전망 내년 국내 경제는 상반기의 경기둔화를 하반기에 만회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상반기엔 그동안 성장을 주도해온 민간소비가 4.9% 증가하는데 그치면서 성장률이 5.5%로 내려가지만 하반기엔 설비투자와 소비회복에 힘입어 5.9%로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올해(2.7%)보다 높은 연 평균 3.4% 상승할 것으로 점쳐졌다. 내년에도 임금상승세가 지속되고 올해 억제됐던 공공요금이 들먹거리면서 물가 상승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올해 70억달러에서 내년 30억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행수지 등 서비스수지 적자폭이 더욱 커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장밋빛 전망 한은의 내년 경제전망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견줘 상당히 '장밋빛'이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이 내년 성장률을 한은보다 낮게 봤고 종전 전망치를 낮춰 잡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금융연구원 등은 내년 성장률을 5.3~5.6%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UBS워버그는 '4%대 성장'까지 예상하고 있다. 경상수지 역시 국내 연구기관들이 소폭 적자나 10억달러 안팎의 흑자를 예상한데 반해 한은은 30억달러 흑자를 점쳤다. 박승 한은 총재가 최근까지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경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은은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세를 꼽았다. 수출이 내년에도 중국 특수(特需) 덕에 연간 9.7%의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설비투자 증가율은 10.4%에 달해 성장의 쌍두마차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은은 '설비투자 조정압력'(제조업 생산증가율-생산능력증가율)이 지난 9월 3.4%포인트에서 10월 12.8%포인트로 높아져 향후 회복세를 낙관하고 있다. 걸림돌은 없나 한은의 긍정적 전망과 달리 미국.이라크 전쟁 및 유가 불안 세계 경제 불확실성 가계부실화 등 내년에도 걱정거리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많이 줄긴 했지만 내년에 확실하게 회복된다는 보장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