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별들 '뜨고 지고' .. 2002년 CEO 경영성적 喜悲 쌍곡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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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업체인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지난 10월부터 술과 골프를 끊었다.
두주불사형인 박 부회장의 "금주"선언은 주위사람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하지만 현대큐리텔을 인수한 후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함께 국내휴대폰 "3강"체제 구축에 나선 박 부회장로서는 몸과 마음을 추스려 내수시장에 승부수를 던진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의 승부수는 주위의 예상보다 빨리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제품을 출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시장 점유율 5%를 돌파하며 돌풍을 예고하고 있는 것.
이에 힘입어 팬택은 올해 연말까지 약 1조5천억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박 부회장에게 올 한해에는 새로운 도약의 원년이었다.
만년 중견 휴대폰업체에 그쳤던 팬택의 위상을 삼성전자,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올 한해동안 IT업계에는 많은 CEO들이 화려한 비상에 성공했다.
당초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이나 아무도 실현가능성을 믿지 않았던 사업모델을 정착시키며 새 바람을 일으켰다.
반면 상당한 CEO들이 한때의 부와 명예를 뒤로 한채 쓸쓸하게 퇴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한해의 성적표를 눈앞에 두고 있는 CEO들에게 12월은 "잔인한 달"인지 모른다.
<>화려한 비상의 2002년
삼성전자 이기태 정보통신 총괄사장은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이 사장은 연초까지 전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불안한 3위자리를 지켰던 삼성전자의 위치를 확고한 3위업체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다.
시장점유율도 10%대 벽을 깨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특히 삼성 휴대폰은 "부의 상징"으로 통할 만큼 명품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삼성 전체의 브랜드 인지도는 물론이고 국가 신인도까지 높였다는 평가다.
삼성맨 답지 않은 저돌적 성격의 이 사장은 내년에도 5천7백만대 이상의 휴대폰을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파워콤 인수에 성공한 박운서 데이콤 부회장은 통신업계의 새로운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지난해 데이콤 부회장으로 취임한 뒤 그는 엄청난 구조조정끝에 6백88억원의 적자기업을 올해 3백30억원의 흑자로 바꿔놓을 전망이다.
이정도 실적이면 "구조조정 전도사"라는 별명이 어색하지 않다.
특히 한국전력의 통신자회사인 파워콤 인수에서 강력한 추진력과 협상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파워콤 인수로 LG그룹이 LG텔레콤-데이콤-파워콤의 3각 트리오를 형상할 수 있게된 만큼 앞으로 국내 통신시장에서 박 부회장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벤처업계에서는 NHN의 이해진 사장과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의 비상이 두드러졌다.
네이버와 한게임이 결합한 NHN은 올해 약 6백50억원의 매출과 약 2백억원의 순이익으로 닷컴업계 최고의 순이익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의 오랜 숙원이던 코스닥등록도 삼수끝에 통과해 현재 NHN은 다음을 밀어내고 닷컴업계의 간판주로 자리를 잡았다.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은 올해 게임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기린아"다.
웹게임사이트 넷마블을 앞세워 지난 3월부터 본격적으로 유료화에 뛰어들어 올해 약 2백50억원의 매출과 1백30억원의 순이익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7억원과 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데 비하면 가히 "경이적"인 변신이다.
게다가 올해 중반부터는 한게임을 제치고 국내 1위 웹게임사이트로 자리를 굳히는 대약진을 기록하고 있다.
보안업계에서는 권석철 사장이 이끄는 하우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하우리는 경쟁사인 안철수 연구소가 통합보안업체로 사업영역을 넓혀가는 틈을 노려 안티바이러스 전문업체로의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국내의 안 연구소,해외의 시만텍 등에 가려져있던 회사 인지도를 이들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끌어올린 점은 그가 올해 거둔 가장 큰 성과다.
<>잔인한 2002년
새롬기술의 오상수 전 사장과 프리챌의 전제완 사장은 가장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 대한민국 최고의 벤처기업가로 주목받았던 오상수 전 사장은 지난 99년 유상증자 당시의 허위공시와 배임혐의로 검찰에 기소되는 몸이 됐다.
한때 2백만원을 호가했던 주가도 3천7백억원에 달했던 유동자금도 한바탕 꿈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새롬기술의 경영권을 넘겨받은 새롬벤처투자의 홍기태 사장은 새롬기술을 통해 큰돈을 벌었던 개인투자자출신이다.
최근 터진 프리챌의 전제완 사장의 구속사태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사업자금 고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은 익힌 알려진 사실이지만 프리챌마저 CEO가 배임 및 가장납입혐의로 구속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사업초기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며 인터넷커뮤니티사업을 의욕적으로 벌였던 전 사장은 다음에 이어 커뮤니티 2위 업체로의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뚜렷한 사업모델이 없어 그동안 고전해왔다.
지?11월 최후의 수단으로 커뮤니티 전면 유료화에 나서 12월 현재 약 15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하는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전 사장의 구속으로 프리챌은 현재 내우외환을 겪고 있다.
인터넷전도사로 명성을 날렸던 이금룡 전 옥션사장도 지난 7월 대표이사직을 내놓으면서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인터넷붐 초기이던 지난 99년 인터넷경매업체 옥션의 전문경영인으로 영입된 그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설립을 주도,국내 인터넷발전에 공헌하기도 했다.
그러나 옥션 사이트내 카드깡 문제가 불거져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옥션을 국내 최대 e마켓플레이스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주주인 이베이와의 불협화음을 견뎌내지 못하고 결국 지난 7월 중도 하차했다.
더군다나 KT커머스로부터 대표이사직을 제의받고도 퇴사후 1년 이내에 동종업종에서 일할 수 없다는 이베이측과의 계약조건으로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상태다.
세원텔레콤의 홍성범 회장도 고통스런 한해를 보내고 있다.
한때 벤처 신화의 주인공 대접을 받았지만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있고 업친데 덥친격으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하는 등 액운이 겹쳤다.
증권선물위원회가 홍 회장과 현직 임원 2명이 내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지분을 매각,손실을 미리 회피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며 최대주주와 임원에게 회사 자금을 빌려주고 유가증권신고서와 사업보고서에 이 사실을 누락시킨 것까지 적발돼 과징금까지 부과당했다.
특히 홍 회장이 평소 벤처기업의 도덕성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수난의 강도는 클 수밖에 없다.
파워콤 인수에 실패한 신윤식 하나로통신 회장도 통신시장 이슈메이커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신 회장은 최근 하나로통신 경영의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장에 이인행 부사장을 내정,은퇴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동안 "통신3강정책" "동기식 IMT-2000사업자 선정" 등에서 영향력을 발휘해온 신 회장은 내년 3월께 대표이사직을 물러날 예정이다.
정리=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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