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그린스펀이 남기는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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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usinessWeek 본사 독점전재 ]
역사적으로 미국에는 다양한 유형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있었다.
1980년대초 과감한 정책으로 인플레를 잠재운 '터프가이' 폴 볼커가 있는가 하면 백악관의 요구에만 충실하게 따랐던 아서 번스와 윌리엄 밀러 같은 '정치적인' 인물도 있었다.
또 1929년 주식시장 붕괴 직후 긴축 통화정책을 펼친 유진 마이어 같은 종잡을 수 없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원활한 경제성장과 인플레 억제를 동시에 달성한 유형의 FRB의장은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이었다.
그린스펀 의장은 이제 1년 반 정도가 지나면 퇴임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남긴 유산에 대한 논쟁은 그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그린스펀 이전의 경제학자들은 FRB는 단순히 인플레를 억제하는 역할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경제 분석은 그의 전임자들보다 역동적이었다.
그는 FRB의 목표를 인플레를 막으면서 동시에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그린스펀은 위험 선호적인 새로운 투자자층을 형성시켜 자본시장의 혁신을 가져왔다.
또 높은 생산성과 경제성장을 미국에 안겨주었다.
그 결과 그는 실업률이 떨어지면(경제가 성장하면) 인플레율은 필연적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필립스 곡선' 이론을 뒤집었다.
필립스 곡선을 믿는 경제학자들은 그간 인플레 억제를 위해 실업률을 6% 아래로 떨어뜨려서는 안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린스펀 취임 이후 미국의 실업률은 4% 이하로 떨어졌으나 인플레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린스펀은 또 90년대의 정보산업이 미국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는 이같은 신념하에 FRB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고성장을 용인했다.
역사는 결과적으로 그린스펀의 손을 들어줬다.
그는 부유층뿐 아니라 중산층 및 하층민들에게도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다.
물론 그의 이같은 통화정책은 '거품'을 만드는 문제도 유발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9·11테러와 기업들의 회계부정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90년대의 호황이 남긴 열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S&P500지수가 경기호황의 출발점인 지난 95년의 두배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준다.
통신과 기술산업을 제외하면 거품 붕괴로 인해 미국경제가 입은 타격은 그리 크지않다.
그린스펀은 통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인플레와 경기불황으로 인한 위험을 낮출수 있다고 믿고있다.
또 거품붕괴의 위험은 장기간의 번영을 경험한 경제가 지불해야 할 정당한 대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같은 위험은 정교한 정책에 의해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FRB의 미래 정책은 어떠할까.
정치인들은 그린스펀 시대가 그의 사임과 더불어 끝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과연 그의 후임 의장이 그가 했던 역할 만큼을 제대로 수행해 낼수 있을까.
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지만 누가 후임 FRB의장이 되건 그린스펀이 미국경제에 남긴 유산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린스펀은 유연한 통화정책이 높은 경제성장과 낮은 인플레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의 지적 호기심,경제학적 통찰력,고정관념을 뒤집으려는 과감함 또한 그린스핀이 우리 시대에 남긴 보이지 않는 유산이다.
정리=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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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2월 16일자)에 실린 사설 'Lessons of the Greenspan Er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