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는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적지않은 차이를 보였다. 이 후보는 "재벌편향적"이라는 공격을 받을 정도로 기업쪽에 기울어 있다. 반면 노 후보는 "반(反)재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기업정책=두 후보간의 기업정책은 대기업관련 부문에서 두드러진 차이를 드러냈다. 이 후보는 총액출자한도제의 단계적 폐지,부채비율 2백% 적용 자율화,강제적 사외이사제 폐지 등 기업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후보는 그러나 '친재벌'이미지를 벗기 위해 다수의 재벌개혁 방안도 제시했다. △정경유착과 특혜의 청산 △기업지배구조 개선 △부실재벌의 신속한 정리 △재벌의 상속·증여에 대한 엄정한 법적용 등 '재벌개혁 5원칙'이 그것이다. 이에 반해 노 후보는 재벌규제 강화쪽에 무게를 뒀다. 현행 자산 2조원이상 기업에만 적용되는 상호출자와 채무보증 금지 대상을 확대하고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도를 조기에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가 은행 등 공기업민영화에 반대하고 완전포괄주의 과세 도입을 주장한 것도 재벌의 경제력 집중을 경계한 것이다. ◆기업규제 완화와 중소기업 보호에는 한 목소리=두 후보는 그러나 기업규제를 철폐 내지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이 후보는 "집권시 정부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대폭적인 규제완화책을 제시했다. 노 후보도 인·허가 등 기업관련 규제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준조세를 대폭 정비해 기업부담을 완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 후보와 노 후보가 제시한 중소기업 정책도 엇비슷하다. 중소기업에 대해 법인세 최저한 세율(현행 12%)을 인하하고 중소기업 전문 신용평가체제를 구축,자금난을 덜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방안과 관련,노 후보는 불법체류자와 고용주를 엄벌하는 등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의 미비점 보완에 중점을 두는 반면 이 후보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시점이란 입장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