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한국 위협 .. 獨 인피니언과 첨단 D램 생산 협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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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업체들이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동부아남반도체 등 한국 반도체업체에 큰 위협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모리와 비메모리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각 분야에서 당초 전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고급기술을 확보하면서 반도체 대국인 한국을 맹추격할 태세다.
이미 국내업체의 제휴선을 빼앗기도 하는 등 위협이 현실화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 메모리
유럽 2위 반도체회사인 독일 인피니언은 지난 9일(현지시간) 중국의 반도체회사 SMIC(세미컨덕터 매뉴팩처링 인터내셔널)와 D램 생산에 협력키로 하는 제휴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인피니언은 SMIC에 회로선폭 0.14㎛(마이크로미터.1백만분의 1m) 공정기술을 제공하고 향후에는 조건부로 0.11㎛ 기술도 제공키로 했다.
상하이에 있는 SMIC는 내년중반까지 기술인증을 마치고 현재 D램시장 주력제품인 2백56메가 DDR(더블데이터레이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2005년까지 2백㎜ 웨이퍼 월 2만장을 가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에따라 SMIC는 중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D램 업체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SMIC는 그동안 64메가 수준의 저급D램을 생산하던 업체로 전해졌다.
공정기술도 지금까지 중국이 확보하고 있는 것은 회로선폭이 0.20㎛를 넘는 저급기술에 불과한 것으로 국내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중국업체들이 D램 생산에서 0.11㎛ 기술까지 확보할 경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 D램업체 추격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채권단의 채무재조정 방안이 표류하면서 경영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이닉스반도체의 입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D램 업계 3위인 하이닉스는 4위인 인피니언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인피니언은 대만의 난야와 3백㎜ 웨이퍼 합작법인 설립에도 합의한 바 있다.
◆ 비메모리
SMIC는 비메모리 파운드리사업에서도 미국의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로부터 0.13㎛ 기술을 이전받는 전략적 제휴를 추진중이다.
그동안 아남반도체와 장기 제휴를 맺어 왔던 TI는 당초 동부아남반도체와 0.13㎛ 이하 첨단제품생산에 전략적 제휴를 추진했었다.
그러나 공급가격과 조건 등을 놓고 줄다리기 하는 와중에 SMIC가 끼어들어 가로채기를 한 셈이다.
대만도 중국에 대한 기술수출제한을 상당부분 해제해 중국의 첨단기술 확보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만은 지난 5월말 자국 업체들이 중국에 2백㎜ 웨이퍼 공장건설및 기술이전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TSMC 등 파운드리업체들이 "중국 투자를 허용하지 않으면 외국 경쟁업체들이 중국에 대거 진출해 거대한 시장을 빼앗길 것"이라며 규제완화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 LCD
중국은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 등 국내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LCD 분야에서도 첨단기술을 확보해 가고 있다.
지난해 둥팡전자가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STN/TN LCD 사업을 인수한데 이어 TFT-LCD 사업까지 인수키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현재는 국내 은행들이 2억1천만달러의 인수금융제공 문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매각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하이닉스측은 보고 있다.
◆ 배경과 전망
중국은 반도체산업 육성을 국가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공산당총서기 내정자인 후진타오가 지난 2000년 10월 삼성전자를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월 미국 방문때 인텔을 방문업체로 선정한데서도 중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장쩌민 주석의 아들로 중국 IT업계 실력자인 장미엔헝 중국과학원 부원장도 지난 9월 이건희 삼성회장과 만나 협력을 요청했었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이 중국 이전을 본격 시작함으로써 반도체 핵심기술유출을 막을 수 없게 됐다"며 "인피니언이 SMIC와 제휴하는 것도 중국 진출에서 선수를 뺏기지 않으려는 경쟁의 결과"라고 풀이했다.
LCD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는 조립공장만 진출해 있는데 중국이 국내 LCD 사업을 인수하면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주시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센터본부장은 "중국 반도체산업의 발전속도가 예상보다 빠르지만 중국업체들이 시장 요구 수준의 제품을 만들지는 두고 봐야 할 문제"라며 조심스럽게 평가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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