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업정책과 가계부채 등 민생현안, 행정수도 이전 등 지방경제 활성화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회창 한나라당, 노무현 민주당,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10일 열린 '경제.과학분야 TV토론회'에서 기업정책 등을 놓고 정책대결을 벌였다. 이 후보는 "재벌개혁을 위해서는 먼저 관치(官治)경제를 없애야 하며 기업경쟁력을 키울 것은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고, 노 후보는 "출자총액제한과 집단소송제, 계열분리 조치 등을 통해 재벌을 개혁해야 대기업도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기업부문 ] 기업개혁과 관련, 이회창 후보는 "정경유착과 관치경제를 없애고 재벌에 특혜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기업의 외부환경 개선을 강조한 반면 노무현 후보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와 집단소송제 시행, 계열금융회사 분리 등으로 재벌 자체를 개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재벌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경제현상"이라며 "재벌 해체론과 같이 재벌을 적대시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며, 재벌의 문제점 중에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퇴출돼야 할 기업은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재벌에 대한 개혁은 사외이사 제도 운영과 경영투명성의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이뤄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구별을 엄격히 하고 재벌의 상속이나 증여와 관련된 특혜를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노 후보는 "재벌개혁을 하지 않으면 제2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며 "이 후보는 출자총액 제한제도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집단소송제를 엉뚱한 대표소송제로 (오해해) 반대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그러나 "재벌개혁을 해야 대기업이 건강해지므로 재벌개혁은 대기업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후보는 또 현 정부의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에 대해 "시장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긴 것이 아니고 정부가 개입했던 만큼 정상적인 것이 아니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민생 현안 ] 금융현안으로 떠오른 가계대출 과잉과 이로 인한 신용불량자 양산에 대해서도 후보간 원인 진단과 대책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개인 워크아웃제도 등을 법제화하고 성실한 채무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여유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 후보는 "소비조장뿐 아니라 저금리 상황과 은행들의 가계대출 위주 영업,신용카드 남발 등이 복합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이들 요인을 하나씩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근로자의 56%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도 후보간 목소리에 강도의 차이가 뚜렷했다. 이 후보는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 유연성을 위해 불가피하지만 그 수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게 문제"라며 "근로감독관 제도 등을 철저히 해 비정규직 차별대우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지식.정보화 시대에 비정규직 근로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경영자들에게도 숙련 노동력의 확보에 문제를 야기하며, 종업원의 창의력과 의욕을 떨어뜨릴 수 있는 만큼 정규직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 행정수도 이전 ]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해 이 후보는 "수도를 충청권으로 옮길 경우 서울의 토지 및 주택 가격이 폭락하는 등 경제 혼란을 초래하고 충청권의 물부족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크다"며 "지난 70년대 행정수도 이전을 검토할 때 5조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분석됐던 점에 비춰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수도 이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는 "서울에 집중된 인구와 부(富)가 분산되지 않으면 교통 교육 집값 등 수도권의 제반 문제를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행정기능의 지방 이전이 불가피하다"며 "분당 일산 등 신도시 개발에 2조5천억∼4조원 가량 투입됐던 점을 감안하면 수도 이전비용이 40조원에 달한다는 일부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받아쳤다. 한편 이 후보는 "지방 산업과 연계한 권역별 초일류 대학을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고 노 후보는 "지방대를 중심으로 산.학 공동의 지식기반센터를 만들어 지방경제 발전을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현승윤.정한영.박수진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