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55만원'. 국내에 불법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한달 임금이다. 웬만한 중소기업의 국내 근로자들이 받는 월급보다도 많다. 모든 중소기업들이 이같은 고액의 임금을 주면서 불법체류자들을 채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임금액수가 중요하지 않다. 일할 사람만 있으면 얼마든지 임금을 올려(?)줄테니 찾아만 달라고 애원한다. 공단이나 아파트형 공장에 가보면 게시판마다 '생산직 인력 급히 구함'이란 공고로 가득 메워져 있다. 종전에 게시판을 점유했던 상품광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이같은 중소기업 인력난의 심각성은 중소기업청의 조사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10월말 현재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부족률은 9.4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의 3.98%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를 인원수로 환산하면 20만명이 넘는다. 기협중앙회도 올 연말 중소기업 인력부족률을 10% 이상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생산현장의 인력난은 젊은 근로자들의 생산현장 기피 뿐만 아니라 높은 이직률에서도 비롯되고 있다. 중기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이직률이 기능직은 31.7%,단순노무직은 29.2%에 이를 정도로 높다. 이렇다보니 기술전수는 생각도 못하는 상황이다. 생산직 인력을 구하지 못해 해외로 나가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국내 산업공동화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고양시에서 완구공장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국내 사업을 접고 최근 말레이시아로 옮겼다. 이 회사 대표는 "가슴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며칠을 괴로워하며 고민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들은 자금지원과 판로개척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들었으나 지금은 인력난을 첫째로 꼽고 있다. 생산현장이 외국인 불법체류자로 채워지고 생산현장을 외면하는 젊은 근로자들이 늘어만 간다면 국가경쟁력 추락은 불보 듯 뻔하다. 생산현장에 젊은 근로자들이 넘쳐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인들의 입에서 "기업을 해보니 정말 신바람난다"는 얘기가 나올 날은 언제쯤 올까. 이계주 산업부 벤처중기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