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외환위기 이후 경쟁적으로 외자 유치에 나서 장밋빛 청사진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무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들이 전시성 홍보 효과에 급급한 나머지 설익은 단계에서 서둘러 발표부터 하고 보자는 식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해 왔기 때문에 '속빈강정'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지자체들이 투자유치 외형(액수)에 집착해 카지노사업 관광프로젝트 등 경험이 많은 선진국 지자체들도 성사시키기 어려운 사업들을 추진한 결과 실패소지가 처음부터 많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모두 55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국제관광단지로 조성키로 했던 인천공항 인근 2백13만평의 영종.용유관광단지 조성이 우선협상사업자 선정 취소로 추진 3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인천시는 지난 2001년 7월 미국계 외자유치 중개회사인 CWKA에 사업계획 수립 및 외자유치 업무를 의뢰했었으나 그동안 실적이 부실해 최근 전격적으로 계약을 취소했다. 그동안 영종도 신공항에 매력을 느낀 살로먼스미스바니 윌리스코룬 등 세계적인 투자회사들이 투자의향을 밝혀 왔으나 인천시는 결과적으로 이를 실제 투자유치로 이어가지 못하고 3년여의 시간만 허송한 셈이다. 광주시는 지난 98년 5월 투자유치 전담조직을 운영하기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16억9천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실상은 기대 이하다. 유치금액의 14억달러는 아남반도체가 엠코테크놀로지코리아로 간판을 바꿔 달면서 구조조정 차원에서 추진한 인수합병형 투자유치이며 나머지 2억9천만달러도 지역기업의 자구노력에 따라 유치한 금액이 대부분이어서 지자체가 유치한 외자는 '제로'에 가깝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울산시도 남구 부곡동 일원 미포국가산업단지에 조성중인 9만여평의 외국인 투자기업 입주단지에 들어올 외국기업이 나타나지 않자 국내기업 입주를 허용하는 '고육책'을 내놓았다. 이는 사실상 외자유치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울산시는 입주기업 중 외국인 투자기업에는 국세.지방세 7년간 면제와 고용 보조금 및 교육훈련보조금 등을 지원해 주기로 했으나 '역차별'이라는 국내기업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실정이다. 대구시가 추진해 온 외자 유치사업도 완전 실패라는 평가다. 대구시는 검단동 물류단지 조성사업과 낙동강변 도로 건설을 핵심적인 외자 유치사업으로 꼽고 추진해 왔으나 3년여 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해 유치사업은 실패로 막을 내렸다. 다급해진 대구시는 요즘 대구전시컨벤션센터와 관련된 호텔 건립을 외자유치로 추진키로 하고 외국업체에 타진하고 있으나 성사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경상북도도 모두 6억달러가 투입될 경주 감포관광단지 개발을 비롯 봉화 문수산스키장 개발, 영주 풍기온천 개발 등 관광사업 중심으로 외자유치를 추진했으나 아직까지 이럴다할 성과를 못내놓고 있다. 김용환 광주시 투자유치기획관은 "투자유치 활동의 목표 설정과 추진 전략, 국제적 네트워크 활용 부족, 대외적 홍보활동의 산발성 등이 유치 부진의 이유"라고 말했다. 광주=최성국.울산=하인식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