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전운이 감돌고 있지만 세계 기업들은 전쟁 이후(Post-War)를 겨냥,적극적으로 이라크행에 나서고 있다고 미국 경제전문방송인 CNBC가 10일 보도했다. 이 방송은 유럽은 물론 미국기업들도 최근 들어 이라크와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으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이라크관련 논의도 자국기업의 이익확대를 위한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라크의 석유매장량이 세계 2위로 잠재력은 무한하나 생필품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 있어 앞으로 엄청난 비즈니스기회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는 게 CNBC의 분석이다. 실제로 셰브론텍사코 엑슨모빌 등은 러시아를 통해 이라크산 석유를 수입,정제해 파는 등 이라크와 깊은 거래를 하고 있다. 텍사스 소재 석유정제회사인 발러로는 최근 증권관리위원회(SEC)에 보고한 자료에서 '반입되는 일부 원유는 이라크산'이라고 분명히 했다. 할리버튼 같은 석유서비스 회사들은 해외 자회사나 요르단 시리아 등 이라크 인접국가들을 통해 이라크에 석유장비를 팔고 있고 미국 최대 회사인 GE도 전력 가스설비 등의 판매로 짭짤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기업들의 대 이라크거래는 1990년대 말 유엔이 이라크가 생필품수입을 위해 석유를 수출하는 프로그램(oil-for-food program)을 허용한 이후 급증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이같은 거래가 유엔과 미국의 법률을 위반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군사전문가들은 이라크정부가 이같은 거래에서 얻은 이익으로 군사비 일부를 충당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시 스페로 국방부전략가는 "석유-식품 교환 프로그램 이후 미 군부와 재계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유럽기업들의 진출은 한발 더 빠르다. 지난달 바드다드에서 국제무역박람회가 열렸는데 참여 기업수가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많은 1천2백개에 달했고 이중 상당수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기업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기업들은 지금 이라크정부와 계약할 경우 전쟁이 끝나고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더라도 정부와의 계약은 유효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니얼 에르긴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장은 "미국 기업들은 미군이 후세인을 전복시킨 뒤 진출할 경우 사업기회를 거의 잃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