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커드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 화물선이 인도양에서 나포되는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북.미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 위기에 처했다. 북한이 지난 10월 핵무기 개발 계획을 인정한데 이어 미사일 수출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 확인돼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북한 핵개발 계획 추진에 대해 이달분 중유 지원을 중단한데 이어 추가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신의주.개성공단 특구 등을 통한 북한의 대외개방 정책과 경제개선 조치들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관측된다. ◆ 미국의 의도 =이번 나포는 미국의 사전 치밀한 계획하에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관리들은 이미 이달초 미사일 등을 실은 북한 선박이 지난 11월 중순 남포항을 출발, 예멘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때부터 이 선박을 추적해 왔으며 면밀한 사전 계획에 따라 스페인과 공조 작전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 정부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11일 "한.미간 이 문제에 관해 사전 협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나포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수출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실력 행사로 보여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이러한 강경 수단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해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은 특히 북한의 미사일이 이란 이라크와 같은 적대국가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 북.미, 남북 관계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의 협상에서 미사일 수출을 포기하는 대가로 3년 동안 매년 10억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미사일 수출 자체를 비밀로 삼지 않고 일상적인 무역이라고 주장해 왔다. 북한은 미사일수출통제체제(MTCR)에 가입하지 않아 미사일 수출이나 기술 이전이 국제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화물선 나포에 대해 주권 침해라며 강력 반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이번 조치에 반발해 2003년 이후로 유예한 미사일 실험 발사의 재개, 핵동결 파기 등 극단적인 방법으로 위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북.미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남북 경협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이 이 사건을 계기로 남북 경협의 속도 조절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속도가 붙고 있는 개성공단 건설이나 육로를 이용한 금강산 관광이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은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시인한 이후 우회적으로 남북 경협의 속도 조절을 촉구해 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