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일자) 북한 선박 풀려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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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커드 미사일을 싣고 예멘을 향해 가던 북한 화물선 소산호가 인도양 공해상에서 미국과 스페인 군함에 의해 나포됐다가 하루만에 풀려났다.
경위야 어떻든 우리는 이번 사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은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 테러전 이후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대해 미국의 신경이 한층 날카로워진데다 북한측이 부시 대통령 특사와의 회담에서 핵개발 의도를 공공연히 시인함으로써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됐던 터라,최악의 경우 자칫 미국과 북한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마저 우려됐던 게 사실이다.
북한의 소산호가 풀려난 배경은 국제법상 시비가 불분명한데다,대 이라크전을 앞둔 미국 입장도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측은 국적기를 게양하지 않고 화물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의심스런 행동'을 할 경우 유엔해양법 110조에 따라 공해상에서도 강제로 정선시켜 수색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인정했듯이 유엔해양법도 공해상에서의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마약 등 불법화물이 아닌 경우 선박 나포나 화물압수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 입장에서 보면 예멘이 미국의 대 테러전을 지지하는 몇 안되는 중동국가인데다 대 이라크전에서의 지원 또한 절실하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해서 앞으로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북한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의 제네바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핵개발을 시사한데 이어,일본과의 수교협상 당시 고이즈미 일본 총리에게 미사일개발 유예를 약속하고서도 이번에 또 미사일을 수출하다 적발됨에 따라,북한의 국제적인 고립이 한층 심화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점은 파월 국무장관이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큰 무기확산국 가운데 하나"라며 북한의 위협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당국은 자신들의 국제적인 고립 탈피와 심각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다름아닌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며,그 지름길은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 포기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경위를 완전히 공개하고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개발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을 경우,북한에 대한 우리측의 지원과 교류확대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