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 보유 기도 때문에 미국이 '악의 축'으로 규정한 북한과 이라크에 대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상이한 해결방식을 둘러싸고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논란은 미-북관계가 핵위기 단계에 다시 접어든 것과 때를 맞춰 미국이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 개발 능력을 밝히지 않을 경우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경고를 발하면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 1994년 제네바합의에 따라 핵개발 계획 중단을 선언한 북한이 다시 지난 12일 핵시설을 재가동하겠다고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던진 것은 이라크와 북한에 대해새로운 사찰을 시도해온 부시의 정책에 모순이 있음을 보여줬다. 부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과 이라크의 위협이 다른 양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결 방식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부시의 이런 방식에 대해 반대파들은 이라크와 북한 정책에 있어 명백한모순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강경색채를 가진 행정부 일부 관리들이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아직 해결되지않는 문제로 재빨리 마무리지은 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권좌에서 축출하기 위한 하나의 구실로 밖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는 견해다. 그러나 보수적인 대외정책기구의 초강경파들 사이에서 조차 북한과의 전쟁은 "거의 생각할 수없는"(almost unthinkable) 일이라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경우 미국이 단기간에 승리할 수 있으며, 사상자수 또한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일전에 대해서는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00만명의 상비군을 동원할 수 있으며, 1만여문의 화포와 미사일로 단숨에 서울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인구 1천만명인 서울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역을 나타내는 비무장지대로부터 불과 45㎞ 떨어져 있다. 이와 함께 이런 화선(火線)에 3만7천명의 미군이 인계철선으로 주둔중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한 전직 관리는 근무시절 매일 아침 한반도에서 갑작스런 적대행위가 발행했다는 끔찍한 뉴스를 들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다반사였다고 털어놓았다. 핵시설이나 발전소 같은 북한의 특정목표물에 대한 제한공격 등 군사적인 조치를 취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이는 북한이 그런 공격을 전쟁선포로 간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김정일이 이라크와 북한 상황이 같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도 지난 11일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면서 "미국은 또 북한이 서명한 (제네바)합의를 준수할 수 있도록 어떤 거래나 유인책을 제공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수많은 호전적인 행동들이 근본적으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위해 금융지원 제공을 해야 한다는 동기에서비롯됐다는 견해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이라크와 북한 상황에 대한 또 다른 차이는 북한이 이라크보다 핵무기 개발에한 걸음 더 앞서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플루토늄을 근간으로 하는 핵개발계획 재개가 발표되기 전인 지난 10월 북한 관리들은 제임스 켈리 미 특사에게 북한이 농축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또다른 계획을 추진중이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미 중앙정보국(CIA)도 지난달 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이미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는 1-2개 외에도 "수개 더"(several more)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CIA 보고서의 이런 단정은 북한이 제네바합의 전에 영변재처리시설에서 사용하지 않은 플루토늄을 생산했을 것이라는 데 근거를 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이 최근 밝혀진 농축우라늄 개발계획에 따라 향후 4-5년 이내 매년 2개 이상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s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