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쇼핑과 소비의 천국이다. 쇼핑센터가 고등학교 수의 두 배를 넘고 미국민들은 한 해에 거의 6조달러,1인당 2만1천달러가 넘는 금액을 지출한다. 그 중 대부분은 소비재에 대한 지출이다. 미네소타주 블루밍턴에 있는 미국 최대의 쇼핑센터 '몰 오브 아메리카'는 매장면적이 39만㎡,풋볼 경기장 78개에 해당하는 규모다. '어플루엔자'(존 더 그라프 외 지음,박웅희 옮김,한숲,1만6천원)는 미국의 이런 무분별한 소비지상주의를 '병적인 상태'로 보고 증상과 원인,처방을 제시하는 책이다. '어플루엔자(Affluenza)'는 '풍족하다'는 뜻의 'Affluent'와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소비중독의 바이러스다. 어플루엔자는 전염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진원지인 미국은 전역이 어플루엔자에 감염된 상태이며 미국과 같은 풍요를 지향하는 전세계 각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어플루엔자 때문에 세계 인구의 5%밖에 되지 않으면서 전세계 자원의 25%를 소비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한다. 어플루엔자의 증상은 다양하며 심각하다. 과도한 스트레스,삶의 무력감,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해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빚,근심,과중한 업무…. 우선 소비를 조장하는 신용카드 회사들 때문에 파산자가 속출한다. 재작년 한햇동안 미국의 가계들은 평균 7천5백64달러의 빚을 졌으며 6백만명이 파산 지경에 놓였다. 한 주에 아이들과는 40분밖에 놀아주지 않으면서 평균 6시간을 쇼핑에 할애한 결과다. 그런데도 소비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커지기만 한다. 주택의 경우 1950년대에는 18㎡였던 것이 70년대에는 1백24㎡,지금은 2백14㎡로 커졌다. 차도 대형화 고급화를 거듭하고 있고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비용보다 외식비가 더 많다. 12세 이하 아동들의 소비도 연간 20%씩 늘어나고 있다. 그 결과 집안은 마구 사들인 물건들로 쓰레기장처럼 돼 버렸다. 이 때문에 3만곳 이상의 물품 보관소가 1백만㎡를 넘는 저장공간을 제공하며 성업중이다. 생활 속도가 숨막힐 정도로 빨라지면서 스트레스는 도를 넘어섰고 과잉 소비에 따른 과잉 지출은 가족간의 갈등마저 초래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저자들은 어플루엔자가 전혀 새로운 질병은 아니라고 말한다. 어플루엔자는 원래 인간에게 내재하고 있으며 이를 이겨낼 항바이러스,즉 문화적 가치가 현대의 상업적 압력과 기술적 변화에 침식당하면서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는 것. 특히 TV의 보급과 PR산업의 발전은 이의 확산을 부단히 조장해왔다는 설명이다. 저자들은 어플루엔자 치료법을 소개하기에 앞서 50문항으로 된 자가검진표를 제시한다. 감염자들에게는 검약생활 프로그램,자발적 단순성 운동,친환경적 제품 사용 등의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아울러 "지금 사라는 요구를 거절하지 않으면 상상하지 못할 방식으로 후불(後拂)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