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모든 핵시설에서 봉인과 감시카메라를 제거해 줄 것을 요구해 북핵을 둘러싼 파장이 새로운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IAEA는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성명을 발표, 북한이 지난 94년 제네바 핵합의에 의해 동결됐던 핵시설들을 재가동하기로 결정했음을 통보하면서 이같이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김대중 대통령은 13일 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의 핵동결 해제발표를 수용할 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서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와 이뤄진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핵동결 해제발표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에 대해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또 지난 10월 멕시코 로스 카보스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계속 추구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미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공조해 나가야 하며,북한 핵문제를 함께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서 "미국이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김정일 위원장이 들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에 대해 "깊은 애도와 유감을 전달한다"면서 "유사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미군 수뇌부로 하여금 한국측과 긴밀히 협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민들은 한국민들에 대해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으며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이제는 부시 대통령의 진의를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고 "앞으로 이와 같은 비극적인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재 진행중인 한.미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관련 실무협의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요구에 대해 "북한의 핵개발을 원하지 않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정면으로 반발하는 조치"라며 "평화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지만 협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김영근.홍영식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