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근처에 불가마와 수면실을 갖춘 24시간 사우나가 있다. 이용료는 평일 오전엔 3천5백원, 오후부터 밤 9시까진 4천5백원,그 이후엔 5천원이다. 1~2분 사이에 5백원을 절약할 수 있어서인지 9시 직전이면 사람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30장짜리 쿠폰을 사면 이보다 훨씬 싸다. 두달동안 쓸 수 있는 건 6만원,날짜 제한이 없는 건 7만원이다. 헬스센터에서도 한달 단위로 등록할 때보다 석달이나 6개월 단위로 할 때 좋은 조건을 내건다. 신문구독료도 월 1만2천원이지만 한국경제신문의 경우 1년치 쿠폰을 구입하면 12만원만 내면 된다. 사용료나 대금을 한꺼번에 미리 내면 정상가보다 깎아주는 것이다. "선납 할인" 방식이 널리 통용되는 건 업체(기관)쪽에선 한꺼번에 목돈을 받는데다 고객을 계속로 확보할 수 있고,고객쪽에선 매번 돈을 내는 번거로움을 덜고 싼 값에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세 선납 할인제"(연세액 일시납부제도)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세는 후불제 성격의 세금으로 1~6월 사용분인 1기분은 6월,7~12월 사용분인 2기분은 12월에 부과되지만 1~2기분을 1월에 미리 내면 전체세액의 10%,6월에 2기분을 내면 2기분 세액의 10%를 공제해준다. 2천cc급 소나타 승용차의 1년치 세금은 51만9천2백20원이지만 1월에 미리 내면 46만7천2백90원밖에 안된다. 자가용은 또 지난해 7월1일부터 사용연한에 따른 차등과세제가 도입돼 등록일 기준으로 3년이 지나면 매년 5%씩 최고 50%까지(12년이상 차량) 주는데 이를 일시에 선납하면 경감된 금액에서 다시 10% 할인해준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라야 세후 4% 미만인데다 일단 내고 나면 1년동안 잊고 지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이용해볼만하다. 해당 시(구)나 군청의 지방세 담당부서를 찾아가거나 인터넷(E-mail)으로 신청하면 된다. 아파트 분양가 중도금 선납제 역시 저금리시대 재테크방법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건설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중도금을 선납하면 분양가를 할인해주는데다 취득 등록세도 할인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하므로 은행저축보다 유리하다. 다만 시공사가 부도나면 부도 이후의 선납금은 보호를 못받는 만큼 시공사의 경영상태를 잘 살펴야 한다. 모든 제도가 그렇듯 선납할인제 역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유용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자동차세는 차를 팔아도 "자동차세 1할 계산신청서"를 제출,남은 날짜만큼의 세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헬스클럽에선 선납한 뒤 제대로 다니지 않으면 헛돈을 버리게 되고 목욕탕 쿠폰 등도 제 날짜에 못쓰거나 목욕탕이 문을 닫으면 소용없게 된다. 장기선납의 대표적인 예로 일단 계약하면 해약하기 어려웠던 학습지의 경우 공정위에서 "학습지 표준약관"을 제정,10월부터는 계약 후 2주일 안에 철회하면 구독료 전액을 돌려받고 그 이후에 철회하면 남은 기간만큼의 구독료를 돌려받을 수 있으며 회사측이 학습지 제공을 월 2회이상 지체했거나 상담교사를 월 2회이상 교체할 때,월 2회이상 방문지도를 하지 않았을 땐 계약을 해지하고 남은 기간의 10%를 위약금으로 얹어 받을 수 있다는 것 등도 알아두면 좋다.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액수 다과에 상관없이 매사 꼼꼼하게 잘 따져보고 결정하는 것이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