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영화로는 최대 제작비(3백60억원)를 투입한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이 중국에서 처음 공개됐다. 내달 국내 개봉하는 이 작품은 2천여년 전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제의 암살을 소재로 신기한 무예와 무사들의 신념을 그린 정통 무협영화. 이연걸과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장만옥(38)을 베이징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영웅'은 저의 전작 '화양연화'처럼 삶의 진실을 추구한 작품은 아닙니다.대규모 물량이 투입된데다 영상이 화려하지요.물론 감동도 있어요." '영웅'은 작품성보다는 흥행을 겨냥한 영화라는 점에서 '붉은수수밭' 이래 리얼리티를 추구해 온 장예모 감독의 이전 작품들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러나 목숨을 버리는 지순한 사랑,대의를 위한 희생,진정한 영웅에 관한 물음 등 진지한 주제의식이 영화 전편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일반 상업영화들과는 다르다. "각 암살자들은 이상과 신념에서 저마다 다르지만 모두 대의를 위해 목숨을 버립니다.제가 맡은 자객 비설도 당대 최고의 검술을 지녔지만 사랑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합니다." 비설은 이 작품에서 적·녹·백색의 의상을 바꿔 입고 등장하면서 세가지 인생의 과정을 연기한다. 적색옷은 오만함의 시기,녹색은 낭만적인 시기,백색은 이들을 초월한 숭고한 사랑을 완성하는 시기를 각각 상징한다. 그녀는 그 중에서 '백색시기'의 연기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베이징=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