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추모시위 워싱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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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악화되는 북한 상황이 뉴스를 탈 때마다 미국에 사는 한국 교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한국에서 일고 있는 반미 시위와 미국 언론의 보도태도다.
얼마전 보수성향의 케이블TV인 폭스는 한국에서 곧 개봉될 '007 어나더데이'를 보지 않기로 결의하는 한국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수 없다는 투로 보도했다.
이 영화는 북한장교를 악의 세력으로 설정했고, 남한을 적절치 않게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폭스TV의 앵커는 그런 비판이 영화 보이코트 운동으로 번질 조짐에 대해 '단지 영화일 뿐인데 어떻게 그런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조롱조로 보도했다.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을 항의하기위해 워싱턴을 방문했던 투쟁단에 대한 언론의 시각도 냉소적이었다.
우선 미국 언론은 이들의 투쟁활동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드물게 기자회견에 참석한 한 미국 기자는 '단순 사고일뿐인데 이를 반미나 미군철수로 확대시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저었다.
두 여중생의 사망을 안타까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미국 언론은 그런 슬픔과 동정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이해하더라도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는다.
영화는 하나의 예술일 뿐이고 사망 사건은 법원판결이 정당했는지를 따지는 선에서 해결돼야 한다는게 이곳 사람들의 생각이다.
영화 보이코트 운동이 폭스TV에서 조롱당하고, 방미투쟁단이 뉴스를 타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는 '한국 사람들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면서 '무차별적인 반미나 즉각적인 미군철수 주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는 장기적으로 한국에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거세지는 반미 시위가 한반도의 안보나 경제적 이해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생각과 주장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여중생 사망사건을 안타까워하는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곳 언론을 통해 잘못 전달되지 않도록 절제되고 성숙한 추모로 승화되길 바랄 뿐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