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 사장은 어떤사람] "신차 시험주행땐 가슴이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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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메르세데스 벤츠를 판매하는 한성자동차 김성기(61) 사장.
그는 일단 신차가 수입되면 회사에서 누구보다 먼저 시험주행에 나선다.
지난 7월 벤츠 뉴E클래스 신차 발표회가 있기 며칠 전 그는 당일 통관된 새 차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차를 몰고 자유로와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달렸다.
차량의 순간 가속력은 어떤지,제동력은 완벽한지,코너링은 만족할만한 수준인지 등을 직접 점검해보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대시보드 계기판 시트 등 실내 인테리어도 꼼꼼히 살폈다.
며칠이 지나 신차 발표회 장에서 그는 고객들에게 직접 뉴E클래스의 외관과 성능 장점 등을 설명했다.
자세하면서도 알기 쉬운 그의 설명에 상당수 고객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해당 차량에 대한 성능과 특성 등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판매를 권유할 수 없다"며 "자동차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없이는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고 싶은 차가 있으면 시승을 해보지 않고선 잠을 이룰 수 없는 마니아중의 마니아다.
김성기 사장처럼 현재 국내에 진출한 수입자동차 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은 자동차 마니아들이다.
모두 직장생활의 시작은 자동차 분야가 아니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이들을 자동차업계 CEO로 올려놓았다.
김 사장은 원목을 수입하는 회사인 화승기업 대표이사로 재직하다 85년 국내 처음으로 수입차 판매 회사를 설립했다.
카리스마가 넘치는 벤츠의 디자인과 별 모양의 심벌에 반해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것.
수입차에 대한 거부감,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오로지 차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극복했다.
그 결과 한성자동차는 대표적인 수입차 회사로 성장했다.
자동차에 대한 그의 사랑은 두 아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쳤다.
첫째(32)는 중국에 있는 벤츠의 동북아본부에 근무하고 있고 둘째(30)도 호주에 잇는 벤츠회사에 다닌다.
주위에서는 이 때문에 김 사장 가족을 "벤츠 3부자"라고 부른다.
이동명(47) 볼보자동차코리아 사장도 사회생활의 첫 출발을 종합상사에서 내디뎠다.
코오롱상사에 입사한 그가 자동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 8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지사에서 근무하면서부터.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즐겼던 그는 3번 아우토반을 시속 2백km에 가까운 속도로 운전하면서 자동차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사장은 "아우토반을 달리는 자동차의 엔진소리와 쾌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독일지사 근무를 마친 그는 코오롱상사 내 자동차 사업부로 옮겨 BMW 판매를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동차와 인연을 맺었다.
95년 자동차사업부장으로 일할 때 BMW가 벤츠를 물리치고 수입차 판매 1위로 올라서는데 큰 기여를 했다.
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볼보의 "구원수투"로 영입돼 영업담당 부사장을 거쳐 98년 사장이 됐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정재희(42) 사장은 미국 반도체소재 회사인 몬산토케미칼에서 근무하다 자동차 업계로 방향을 전환했다.
95년 포드 한국지사 창설 멤버로 참여한 그는 96~97년 포드를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로 끌어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을 얻었다.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마케팅 총괄 상무를 거쳐 지난해 포드코리아 세 번째 사장에 취임했다.
정 사장은 "지금도 새 모델을 시승할 때면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라며 "자동차에 대한 사랑이 이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근탁(42) GM코리아 사장 역시 누구못지 않은 자동차 마니아다.
업계에서는 마케팅 전문가로 알려져 있지만 구조와 설계 등 기술적인 분야에 대해서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시간이 날때면 "사브"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드라이빙을 즐기기도 한다.
스위스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한 뒤 91년 그랜드하얏트호텔에 입사한 그는 96년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에서 마케팅 및 영업담당 이사로 근무했으며 지난해 GM코리아 사장으로 영입됐다.
독일 폭스바겐과 아우디를 수입.판매하는 고진모터임포트의 안종원(53) 사장도 30여년동안 종합상사맨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자동차 분야에 뛰어들었다.
자동차 사업 경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스포츠카를 이해하기 위해 "드라이빙 스킬"을 익히고 있을 정도로 차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