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준 KTF 사장] "틀을 깨야 창조적 발상이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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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F 임직원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청바지 차림으로 출근한다.
이 날은 모든 격식을 깨고 어린이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해보자는 의미로 정한 '키즈데이(kids day)'이기 때문이다.
키즈데이는 이경준 사장이 지난 8월 취임 직후 도입한 제도.
이 사장은 "창조적 사고는 격식을 깨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키즈데이를 만들었다.
이 날은 복장 뿐아니라 근무시간도 다르다.
보통은 9시 출근 6시 퇴근이지만 이 날은 8시 출근 5시 퇴근이다.
오전 9시부터 10시반까지는 회의나 이동도 없고 엘리베이터조차 운행하지 않는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아이디어를 발굴하라는 취지다.
이 사장은 임직원들의 사고 혁신을 위해 "KTF적인 생각 경영"도 선포했다.
이는 창의적이고 열정적인 사고(Kids) 신뢰경영(Trust) 신바람경영(Fun)을 뜻한다.
틀을 깨는 사고에 신뢰와 신바람나는 회사의 개념을 복합한 것이다.
이 사장은 "KTF적인 생각 경영"을 조기 정착시키기 위해 "청년 이사회"를 설치하는 한편 "KTF사고혁신 태스크포스팀"도 사장 직속으로 신설했다.
청년 이사회는 대리 과장급 사원 10여명으로 구성됐으며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태스크포스팀은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기구로 주요 조직 실무자들로 구성돼 있다.
직원들의 테마활동을 보면 KTF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직원들은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내서 도시락미팅,찜질방 토크,엘리베이터 안타기,영화감상 등 주제에 제한없이 회사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활동을 벌인다.
이 사장의 이같은 경영 스타일은 이동통신 산업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좋은 서비스를 더 빨리 제공해야 하는데 경직된 조직으로는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상하간 벽을 허물고 언제 어디서나,어떤 제한없이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이 사장의 인생 역정도 "파격 경영"과 무관치 않다.
그는 중학교 재학중 아버지의 죽음이란 소식을 접했다.
그는 7남매의 맏이었던 탓에 가족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다.
고향인 전북 김제에서 한 해 동안 농사를 짓고 정비공장을 다녀봤지만 희망이 없었다.
어느날 초등학교 동창이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고 진학을 결심했다.
그러나 고등학교 시절에도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생각 탓에 술과 담배로 세월을 보냈다.
고3이 되면서 생각을 바꿨다.
호롱불 아래서 새벽녘까지 치열하게 공부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을 되새긴 것도 이 때다.
고등학교 졸업후 우연히 신문에서 모집공고를 보고 체신부에 들어가 말단 공무원 생활을 했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공부에 매달렸다.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놓고 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우체국에서 우연히 독일 연수 대상자를 뽑는 공문을 본 것이다.
주위에서는 "되겠느냐"고 비웃었지만 그는 수백대 1의 경쟁을 제치고 독일 우정성에서 네트워크 설계 등 첨단 통신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78년에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에 입학했고 같은 해 기술고시에도 합격했다.
그는 이처럼 남다른 노력에 힘입어 KT와 KTF에서 중책을 맡았고 마침내 매출액 6조원이 넘는 제2이동통신 업체의 수장으로까지 올라섰다.
절망의 고통속에서 희망을 찾는 게 이 사장의 주특기다.
기존 질서나 틀은 그에게 큰 의미가 없다.
"파격"이 자연스러운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취임후 "강한 회사"를 역설했다.
내부의 체질을 강화하고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게 전략의 핵심이다.
이 사장은 3세대 이동통신 법인인 KT아이컴과의 합병을 계기로 내년을 "최강 KTF 구축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그가 스스로 인생을 바꿨던 것처럼 KTF도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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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1948년 전북 김제 출생
<>69년 김제고 졸업
<>69년 군산우체국 임용
<>75년 독일 전기통신 연수
<>78년 제14회 기술고등고시
<>80년 한국전기통신공사 장거리전신전화건설국
<>86년 미국 AT&T 파견
<>92년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95년 한통 초고속통신관리단 종합계획국장
<>97년 한통 네트워크본부 시설운용국장
<>98년 한통프리텔 네트워크부문장
<>2001년 KT 수도권 서부본부장
<>2002 KT 기획조정실장
<>2002년 8월 KTF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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