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16일 양측 대선후보의 '대북관'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전날 '이번 대선은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노 후보는 마치 북한과 입을 맞춘 듯 똑같은 말로 저를 비난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선거때만 되면 북한 변수를 어떻게든 이용해 보려는 행태가 바로 낡은 정치의 표본"이라며 반박했다. ◆한나라당=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의 주장을 소개한 뒤 "아무리 절박하더라도 북한의 모략을 앵무새처럼 외워서 상대후보를 비난해선 안된다"며 "핵문제에 대한 노 후보 생각이 북한의 주장과 너무나 똑같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어 "노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드러낸 북한 핵문제에 대한 인식,전쟁과 평화에 대한 인식,국민을 위협하는 사실왜곡과 선동은 충격적인 수준"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실패로 끝난 햇볕정책을 연장하겠다는 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한반도의 앞날은 불을 보듯 위태롭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북한이 핵개발을 하더라도 현금을 계속 줘야 한다는 노 후보와 핵개발 포기를 주장하는 이회창 가운데 누가 더 전쟁론자인가"라며 "집권하면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직접 만나 핵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할 의지와 신념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청원 대표는 선거전략회의에서 "노 후보가 평양의 대변인인지,노동당 대변인인지 모르겠다"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으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인식은 큰 문제가 있다"고 가세했다. ◆민주당=민주당은 "매사를 친북이냐 아니냐로 보는 외눈박이 편협한 대북관을 버리라"고 촉구했다. 노무현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유세에서 "2003년 위기설은 오랫동안 예고돼 왔는데 지금 상황은 94년과 아주 비슷하게 가고 있다"며 "이번 선거가 평화냐 전쟁이냐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94년 김영삼 대통령과 그를 돕던 한나라당 정치인들이 북·미 핵위기때 속수무책이었다"며 "금강산관광과 경제교류를 끊으면 남북대화도 끝나고 94년과 같은 핵위기를 무슨 수로 중재하고 해소할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낙연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후보를 두고 '전쟁론자'라고 한 것은 조평통 주장에 따른 게 아니라 지난 9일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알렉산드로 만소로프 박사의 발표를 인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종호·김동욱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