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기업매각이라 하더라도 독과점 여부에 대한 심사를 강화키로 함에 따라 고합 현대석유화학 등의 매각작업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회사가 생산하는 일부 품목은 기업인수합병(M&A)이 이뤄지면 과점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업계의 구조조정이 늦어질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코오롱의 고합 나일론필름 공장 인수에 대해 독점폐해가 우려된다며 생산설비 분할을 전제로 조건부 승인을 내줬다. 공정위는 또 "앞으로 구조조정 등이 필요하더라도 시장경쟁에 대한 제한여부를 기업결합심사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기업결합으로 1위가 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거나 △3위 이내에 들면서 1·2·3위 합산 점유율이 70%를 넘으면 독과점으로 규정해 기업결합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 고합이 매각을 추진중인 가소제 원료 PA(무수프탈산,점유율 20%)부문은 채권단과 인수의향서를 체결한 2위 업체 동양제철화학(21%)이 사들일 경우 점유율 41%로 1위 애경유화(43%)와 과점체제를 형성하게 된다. 두 업체가 시장지배력을 강화해 담합할 경우 3위 업체인 LG화학(16%)과 소비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현대유화는 10여개 생산품목 가운데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가 되는 저밀도폴리에틸렌(LDPE),ABS수지의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합성고무 부문 등에서 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LDPE와 SM은 인수를 추진중인 LG화학(호남유화와 컨소시엄 구성)이 사들이면 업계 1위로 올라서며 1·2·3위 합산점유율이 70%를 넘게 된다. 또 합성고무의 경우 LG화학측에서 인수 후 재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독점논란으로 1위 업체인 금호석화에 매각하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독과점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 입찰에 참여한 미국계 코크가 유리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설사 LG화학이 인수하더라도 과점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들 부문을 4∼5위 업체 등에 재매각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게 유화업계의 전망이다. 이와 관련,공정위 관계자는 "구조조정보다는 경쟁제한성 여부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으나 유화업계의 경우 기업결합 심사요청이 들어오지 않은 상태이므로 일률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