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8월 도입되는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상품 판매)를 앞두고 은행과 보험사들이 바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계 보험회사와 합작을 통해 방카슈랑스 전문회사를 설립하는 은행도 있고 상품 공동개발,직원교육 등을 위해 포괄적 제휴를 맺는 은행과 보험사도 늘어나고 있다. 18일엔 기업은행과 동양생명이 "짝짓기"를 발표했다. 그러나 방카슈랑스의 허용범위 등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시행령이나 규칙이 확정되지 않아 금융회사들은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12월중에 시행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은행간,은행과 보험사간,보험사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벌써부터 적지않은 잡음이 들린다. 중소형 보험사들은 정부가 방카슈랑스를 지렛대로 삼아 보험권 구조조정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방카슈랑스 제휴 현황 방카슈랑스와 관련해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당분간 1개 은행이 1개 보험사와 제휴하는 독점적 방식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방침과 무관하게 은행과 보험사들은 합작 자회사 설립,배타적 제휴,일반 판매제휴 등을 통해 방카슈랑스를 준비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BNP파리바그룹의 자회사인 카디프생명보험과 공동출자를 통해 방카슈랑스 전문회사인 SH&C생명보험을 설립키로 하고 지난주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보험업 허가를 받았다. 또 국민은행은 최근 외국인 출자자인 ING보험사로부터 2% 추가출자를 받는 조건으로 이 회사의 보험상품을 독점 판매하겠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해외주주인 알리안츠와 공동으로 프랑스생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합작 파트너 후보를 미국계 AIG,영국계 PCA,시그나,삼성생명 등 4개사로 압축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제휴를 맺은 기업은행과 동양생명을 비롯해 삼성생명과 대구은행,교보생명과 상호저축은행중앙회 등이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대형 생보사 동상이몽 방카슈랑스는 보험사보다는 은행에 유리한 성격을 갖고 있는 제도다. 따라서 보험사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방카슈랑스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를 수익창출의 한 방편으로 삼는다는 방침을 정하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특정은행과 배타적인 제휴를 맺고 방카슈랑스를 시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여러 은행과 제휴하는 방식의 방카슈랑스는 수익측면에서 은행과 보험사에 모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영선 대한생명 사장도 "은행과는 배타적 제휴를 하면서 판매제휴도 함께 추진하겠다"며 "삼성 교보 등 이른바 '빅3'가운데 대한생명이 방카슈랑스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생명은 특정 은행과의 배타적 제휴를 배제하고 있다. 배정충 삼성생명 사장은 "어떤 경우에도 상호 독점권을 갖는 배타적 성격의 방카슈랑스 제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러 은행과 제휴를 맺어 다수의 판매 채널을 확보하는 한편 방카슈랑스 영업에서 외국계 등 특정 보험사가 독주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중소형 보험사는 위기감 고조 중소형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가 자칫 업계 재편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휴 단계에서 이같은 위기감을 체감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한 중소형 생보사의 사장은 "시중은행들의 관심은 온통 외국계 회사에 쏠려있다"며 "은행들과 접촉을 하곤 있지만 이쪽에서 먼저 구애를 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끌려가는 협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자홍 동양생명 사장은 "배타적 제휴를 맺은 은행을 제외하면 방카슈랑스와 관련해 손잡을 수 있는 은행은 극히 몇개에 불과하다"며 "이같은 일방적인 게임으로 진행된다면 중소형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가 전혀 반갑지 않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대부분 보험사들은 배타적 제휴를 허용하지 않고 은행으로 하여금 우선 신용보험상품,상해·질병보험 등만 판매케 하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되길 바라고 있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