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공사 대한주택공사 등 공기업들이 공급하는 수도권 '용지(用地·개발용 토지)' 분양시장에서도 거품이 빠지고 있다. 수도권 인기 주거지역에서 나온 상가용지 및 근린생활용지의 낙찰가율(실제 낙찰가/낙찰 예정가)이 종전보다 크게 떨어지는가 하면 단독주택용지를 분양받고 계약을 하지 않는 미계약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묻지마 투자' 양상을 보이면서 낙찰가가 예정가를 4배 이상 웃도는 곳이 속출했던 1∼2개월 전과는 대조적"이라며 "서서히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개발용 토지시장 거품 빠진다=주공이 18일 인천 삼산1지구에서 공급되는 상업용지 29개 필지를 공개입찰에 부친 결과 낙찰가율이 2백∼2백50%대에 머물렀다. 최고 낙찰가율을 기록한 곳은 3-3블록(예정가 14억9천3백8만원)과 4-3블록(14억7천7백63만4천원) 각 1개 필지로 낙찰예정가보다 3.2배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면적이 넓어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1블록은 낙찰가율이 1백6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불과 한 달 전 화성태안이나 파주금촌 등지에서 상가용지를 공급할 때 낙찰가율이 4백%를 웃돈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며 "그동안 과열됐던 용지 분양시장이 최근 들어 식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주공 판매관리처 곽학순 과장은 "입지여건과 주변 아파트의 분양권 프리미엄(웃돈) 등을 고려했을 때 인천 삼산지구의 상가용지입찰은 화성태안이나 파주금촌보다 훨씬 뜨거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결과는 예상밖이었다"며 "입찰에 참여한 사람도 당초 예상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5백20명에 그치는 등 투자열기가 진정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투자자들 옥석가리기에 나섰다=전문가들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투자자들이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나서면서 이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SN리츠콤 이택구 사장은 "대통령선거와 경기침체 등으로 투자자들이 극도의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여윳돈이 있는 사람들만 철저하게 실수요 위주로 투자에 나서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또 "토공이나 주공에서 공급하는 토지라고 해서 무조건 '대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며 "시장상황과 향후 경기전망 등을 잘 따져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