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증권사가 불신받는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단순한 상품운용차원(증권사가 자기 돈으로 주식투자하는 것)에서 주식비중을 늘리기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LG투자증권은 지난 17일 1천7백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48만여주를 상품으로 사들이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이 발표는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난 주말 홍콩에서 사상초유의 대규모 미수사고가 터져 미결제된 주식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떠안은 것으로 밝혀진 것.
LG투자증권은 지난 16일 이번 사고사실을 알아챘고 본사 임직원을 사고수습을 위해 홍콩으로 파견했다.
그리고 떠안은 주식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17일 밤까지 이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이 와중에 17일 오후 시간외거래를 통해 LG석유화학 등 계열사들이 자사 주식 5백66만주를 기관에 넘기는 거래가 이뤄졌다.
뒤늦게나마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것은 LG투자증권이 금융감독원에 사고 신고를 해야 했기 때문.
급기야 18일엔 사고를 낸 투자자가 여러 종목의 시세조종(작전)에 개입한 혐의가 드러났고 대신증권 홍콩법인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증권사가 투자자로부터 불신 받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됐다.
증권사들은 리서치(기업분석) 활동을 통해 다른 상장기업의 경영 투명성이나 경영 현황 공개 등을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감추기에 급급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현재까지도 '투명경영'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투자자의 불만은 그래서 더 커지고 있다.
거래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기관투자가엔 증거금이나 한도제한 없이 계좌를 터주는 업계 관행이 이번 사고의 주원인이란 점을 증권사는 물론 증권당국은 직시해야 한다.
"'믿을 수 있는 투자파트너'라며 재산관리를 해주겠다고 나서는 증권사에 과연 내 돈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지 의문을 지울 수 없다"는 한 투자자의 질책을 증권사는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김현석 증권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