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는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세계 5위 석유수출국인 베네수엘라의 수출중단 사태로 지난 16일 단숨에 5.8%가 급등한 미국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17일에도 같은 수준인 30.10달러를 유지했다. 그러잖아도 이라크 전쟁에 대한 우려로 유가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베네수엘라 사태까지 겹쳐 일부 석유 전문가들이 오일쇼크까지 경고하는 상황이고 보면 여간 걱정스런 일이 아니다. 국제유가는 이라크 전쟁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난 10월 30달러를 돌파한 적이 있지만,이번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겹쳐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베네수엘라 사태 이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내년 1월부터 실질 생산량을 하루 1백50만배럴 정도 줄이기로 했고,미국의 원유재고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도 수급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문제는 30달러를 넘어선 고유가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부터 그렇다.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세력의 총파업과 시위로 석유 철강 등 국가 기간산업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며,이에 대해 차베스 대통령은 주요 석유시설에 군병력을 투입해 자칫 유혈충돌 사태마저 예상되는 상황이고 보면 상당기간 석유수출 재개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베네수엘라의 하루 석유 수출은 2백40만 배럴로 세계 석유수출물량의 8%에 이른다는 점에서 석유수급에 미치는 영향력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희망을 걸 곳이라곤 OPEC이 감산결의를 철회하거나 비회원국인 러시아와 노르웨이 등이 증산에 나서는 길 뿐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20거래일 연속해서 배럴당 28달러를 넘어설 때만 증산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 OPEC의 입장이고 보면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로선 유가의 추가급등이나 고유가의 장기화 가능성에 충분한 대비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정부는 유가가 30달러를 넘어서면 유가완충기금을 풀고,35달러를 돌파하면 비축유 방출과 관세 및 특소세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 문제는 석유비축량이 충분한지의 여부다. 현재 비축물량은 1백4일분으로 국제기준 90일분보다 많다고 하지만 선진국의 1백14일분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축량부터 늘려 놓을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론 전체 에너지에서 차지하는 석유비중을 낮추고 에너지 이용 합리화를 목표로 하는 국가 에너지 기본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