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더 웃기나] '품행제로' .. 80년대 하이틴의 좌충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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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디스코왕 되다""묻지마 패밀리-내 나이키""몽정기""남자 태어나다"...
80년대를 회고하는 일련의 복고풍 코미디들이다.
조근식 감독의 "품행제로"는 이 대열의 말미에 동참할 듯 싶다.
지난 80년대를 배경으로 고교생 "짱"의 무용담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류승범과 공효진의 복고적 이미지를 양축으로 삼고 임은경의 현대적 이미지를 삽입시켜 파격을 시도한다.
특히 컴퓨터그래픽의 만화적인 감각을 액션장면에 도입해 앞선 영화들과 차별화를 보여준다.
영화의 승부수는 "짱"종필의 액션과 그를 둘러싼 미희(임은경)와 나영(공효진)의 멜로,지난날에 대한 향수 등 세가지 요소다.
그러나 이성에 눈떠가는 성장드라마,과거를 돌이키는데서 오는 향수,치기어린 싸움 등은 앞선 복고풍 코미디들과 다를 바 없다.
류승범과 공효진의 캐릭터도 방송드라마들에서 익히 봐왔던 터다.
"품행제로"의 웃음은 80년대 유행했던 대중문화 비틀기에서 출발한다.
도입부에서 종필은 이소룡식의 액션으로 악당들을 물리친 뒤 서부영화의 주인공 "셰인"처럼 "돌아와요,종필"이란 말을 뒤로하고 초연히 사라진다.
인기가요 김승진의 "스잔"과 박혜성의 "경아" 등을 둘러싼 다툼도 당대 하이틴의 초상을 보여준다.
종필의 활동 무대인 롤러스케이트장과 교내 옥상창고 등도 다분히 복고적인 공간이다.
"막대기 없는 대걸레"란 비유법이나 손으로 둑을 막아 마을을 살렸던 네덜란드 소년과 거짓말끝에 늑대의 밥이 됐던 늑대소년을 합쳐 탄생한 "네덜란드 늑대소년"이란 우스개소리도 그 시절을 통과한 관객들에게는 향수로 다가온다.
"나이키"신발의 위조품 "나이스",엎드린채 몽둥이로 매맞기,통기타 배우기,국기강하식 등도 지난날의 유품들이다.
짱의 자리를 고수하기 위한 종필의 뻥과 주먹질은 그리 밉지 않다.
"쓰레기통에서 상한음식 먹기"로 사랑을 증명하는 여학생들의 행동은 귀엽게 느껴질 정도다.
이 영화는 이런 식으로 신세대보다 덜 잔인하고,더 순수한 인간미로 그리움을 유발한다.
그러나 우두머리를 꿈꾸는 학생들의 욕망,이로 인한 집단 패싸움,여학생 앞에서 부끄러움으로 달아오르는 남학생 등은 80년대 회고담들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27일 개봉.
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