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에서 인터넷은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다. 20대에서 40대 중반까지 광범위한 계층이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분석하면서 지지자를 결정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80년대에 신문이 가장 강력한 매채였다면 90년대에 방송이 대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이번 선거부터는 인터넷이 가장 중요한 매체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네티즌은 투표하지 않는다"란 기존 인식을 바꿔놓으면서 인터넷은 돈안드는 선거 문화를 정착하는데 일등 공신이 됐다. 인터넷 주도층이 게임을 위주로 즐기는 10대에서 정치에 비교적 관심이 높은 20~30대로 바뀐데다 신속성,양방향성 등 다른 매체가 갖지 못한 장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효과 있었나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인터넷의 폭발력을 인식하고 이를 선거에 활용하기 위해 적극 노력했다. 민주당은 당 홈페이지와 노무현 홈페이지를 통합 운영하는 한편 TV방송국 라디오방송국 만화로닷컴 등 별도의 홍보사이트도 만들었다. 한나라당도 사이버위원회를 별도로 조직하고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담요원 15명을 배치했다. 민주당의 경우 김민석 전 의원 탈당을 계기로 10월25일 하루에만 무려 4억원의 후원금을 모금할 정도로 네티즌의 열기가 뜨거웠다. 후보등록일을 전후해 사이트 방문자 수가 하루 40만명으로 늘어났고 선거 직전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방문자 수는 선거전 초반 8만명에서 후반에는 15만명 수준으로 대폭 증가했다. 민주당은 선거전 동안 하루 평균 40만명의 방문자 가운데 10만∼20만명을 신규 방문자로 가정했을 경우 기존 지지자 외에 3백만명 정도가 새롭게 인터넷사이트를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한나라당도 1백만명의 신규 네티즌이 인터넷사이트나 이회창 방송국을 방문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사이트 방문 후 소극적 지지자에서 적극적 지지자로 바뀐 사례가 많았고 이들은 메신저나 휴대폰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재미있는 글을 주위사람에게 순식간에 전파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인터넷에 투입한 비용이 1억원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에 비해 효과가 엄청났다는 평가다. ◆인터넷 유세 성공요인 인터넷 이용자가 2천5백만명에 달하고 초고속가입자가 1천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췄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게시판 문화를 갖고 있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조회 수나 추천 수가 많은 경우 수천∼수만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답변글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양방향'을 넘어서 '다방향'커뮤니케이션까지 가능하다. 네티즌은 투표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도 깨지기 시작했다. 정치에 대해 비교적 관심이 높은 20∼30대들이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면서 투표 참여를 적극 독려했기 때문이다. ◆개선방향 역대 어느 선거보다 인터넷과 미디어의 힘이 커졌지만 일부 문제점도 제기됐다. 익명성을 악용해 인터넷을 통한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기도 했고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글이 유포돼 표심에 혼란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또 선거법 등에 아직 인터넷 선거운동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