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中 "한국 선거문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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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회과학원 중견 연구원인 왕(王) 선생과 18일 저녁 베이징(北京) 시내에서 식사했다.
한국 대통령선거가 화제였다.
한국을 깊이 연구하고 있는 왕 선생은 이번 선거를 상세히 알고 있었다.
왕 선생은 "선거운동이 차분하고 공정하게,정책위주로 진행된 것 같다"며 "한국은 이제 3김 시대를 끝내게 됐다"고 말했다.
대화 도중 그는 "한국이 부럽다"고 했다.
왕 선생이 한국선거를 부러워한 이유는 중국 내부에 있다.
중국 역시 지금 전국 농촌에서 '춘창(村長)' 직접선거를 치르고 있다.
지난 88년 춘창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14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올해 18개 성(省)에서 약 7억 농민이 선거에 참여했다.
그러나 각지에서 불법선거 운동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왕 선생의 설명이다.
이달 초 선거가 치러진 허난(河南)성 샤오뎬춘(小店村)에서는 표 매수사건이 발생했다.
한 후보가 주민들에게 담배 세제 설탕 등을 돌렸다는 것.
이 후보는 특히 선거 직전 일부 주민에게 10위안(약 1천5백원)씩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산시(陝西)성 시판춘(西範村)에서는 지난 달 한 관리가 투표함을 불법으로 개봉,투표용지를 태우기도 했다.
중국언론들은 불법선거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춘(村) 단위 민주선거를 장기적으로 셴(縣)-스(市)-성(省) 등으로 확대한다는 게 중국 공산당의 의도.
그러나 일각에서 "현 단위로 올라가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왕 선생이 한국 대통령선거를 부러워하는 이유다.
기자는 그에게 "한국 선거는 아직도 불완전하며,이 정도 선거문화를 정착시키는 데도 수십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일깨워줬다.
그는 '민주주의는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다'는 말에 동의하기도 했다.
이웃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를 부러워하고 있는 중국인들.
왕 선생과의 대화에서 "우리가 정치적으로 중국과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은 공정한 민주선거 및 소중한 주권 행사 의식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