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달라진 대선 풍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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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대 대통령을 뽑는 투표가 진행된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1동 경기고등학교의 제2투표구 투표소.
이른 아침부터 신성한 주권을 행사하려는 유권자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이곳을 찾은 한 유권자(46)는 이번 선거의 의미에 대해 "누가 당선됐느냐를 떠나 종전과는 다른 새로운 선거풍토가 정착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념이나 지역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의 선거가 어떤 것인지를 비교적 잘 보여줬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최모씨(50)도 "이번 선거는 민주화나 정권교체와 같은 큰 이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역감정도 생각보다 미미했다"며 "나름대로 행정수도 이전논란 등 정책대결의 양상을 보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투표소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씨(29)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통신망의 위력은 선거판세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위력적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전처럼 수십만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군중집회는 자취를 감췄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선거운동 열기는 끝없이 달아올랐다고 투표를 마친 젊은 유권자들은 입을 모았다.
인터넷과 방송 등으로 선거운동 수단이 바뀌면서 이번 대선은 사상 유례없이 돈이 안 들어간 선거로도 기록될 것 같다는 견해도 적지 않았다.
주부 이모씨(42)는 "과거에는 일단 대선만 시작되면 선물을 주고 식사를 제공하는 게 보통이었는데 이번엔 그런 관행이 정말 사라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민단체 등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한 덕택이기도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각 당이 사용한 돈은 선관위가 고시한 선거비용제한액(3백41억8천만원)에도 훨씬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각 당 후보자들은 밝힌 바 있다.
대학생 이모씨(25)는 "이제까지 우리 사회에서 수용되기 힘들었던 사회주의 이념의 정책당 후보도 당당히 TV에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을 만큼 국민들의 사고가 유연해졌다"며 "예전 같으면 사회주의의 '사'자만 나와도 용공세력으로 몰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이처럼 국민들의 선거의식은 성숙해졌는데도 각종 음해성 폭로가 난무한 것은 아직도 정치권이 환골탈태하지 못하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서욱진 사회부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