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선택-노무현] "인터넷 방송도 한몫 거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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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이름은 김지은이구요 대학생입니다."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 선언탓인지 목소리가 풀이 죽었군요."
"예 좀 그렇네요."
"우리가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어보지 않았습니까.희망을 얘기하는 게 좋겠어요.
투표날에 모르는 사람 붙들고 늘어지기 같은 거 해보세요.'도(道)를 아십니까'가 아니라 '노(盧)를 아십니까' 하면서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엄마 아빠 언니 형부까지 다 해결했어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1층 구석방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에 19일 새벽 모습을 나타낸 가수 신해철씨는 도착하자 마자 헤드폰을 끼고 청취자의 전화를 받았다.
한 통화를 받고 나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아침 이슬'이었고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노래 도중 민주당 김갑수 라디오 팀장이 "왜 이렇게 노래를 슬프게 부르는거야"라고 말했고 신해철씨는 "선곡 잘못했어.다음에는 헤비메탈로 하자"고 제안했다.
통합21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 선언 이후 시작된 방송이어서 침통한 분위기를 바꾸려는 신씨의 노력은 계속됐다.
청취자들에게 "웃으며 이야기하자" "우리는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는다"며 시종일관 분위기를 유도했고 결국 청취자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마지막 방송을 끝냈다.
민주당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은 만만치 않은 힘을 발휘했다.
5평 남짓한 녹화장에는 컴퓨터 4대와 음악관련 설비,히터와 야전침대가 살림살이의 전부였다.
첨단 설비도 눈에 띄지 않고 헤드폰도 하나를 돌려서 써야 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그러나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매일 6만명의 네티즌이 몰려들었다.
신씨가 방송하는 것을 알고 찾아온 여학생들의 사인 공세도 이어졌다.
신씨는 피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세장에 따라다니고 밤마다 방송을 했는데 선거 다이어트 덕을 톡톡히 봤기 때문에 오히려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선거에서 인터넷의 놀라운 위력을 실감했다"며 "노무현 후보 지지층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네티즌이 많았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일방적 강세를 보였고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