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당선자의 대선 승리 "1등 공신"은 인터넷과 미디어였다. 특히 인터넷은 20대에서 40대 중반까지 광범위한 계층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신문과 방송이 주도했던 여론 형성 기능을 대체했다. 또 인터넷과 미디어는 돈안드는 선거를 정착시켜 정치개혁을 앞당겼다. "네티즌은 투표하지 않는다","인터넷은 극단주의자의 편협한 공간이다"란 기존 인식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터넷 주도층이 게임을 위주로 즐기는 10대에서 20~30대로 바뀌면서 여론 형성 및 정치적 영향력이 전례없이 커졌다. 신속성,양방향성 등 다른 매체가 갖지 못한 장점도 최대한 살렸다. ◆인터넷이 대세 바꿨다 민주당은 선거 초기부터 인터넷의 폭발력을 인식했다. 인터넷을 홍보의 일환이 아니라 독립된 매체로 인식하고 아예 후보 직속의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 홈페이지 외에 TV방송국 라디오방송국 만화로닷컴 등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개설했다. 지난 10월께 지지율이 20%를 넘지 못하고 당 내분이 심화되면서 인터넷을 통한 홍보는 그다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민석 전의원의 탈당이 오히려 호재가 됐다. 하루 평균 1백만∼3백만원에 불과했던 후원금 액수가 김 전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10월25일 하루에만 무려 4억원에 달할 정도였다. 하루 방문자수도 10만명선으로 늘어났다. 이를 계기로 선거 판세가 달라졌다. 정당의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재미'와 '감동'을 주는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고 방문자는 급속히 불어났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와의 후보단일화가 이뤄지면서 방문자수는 40만명으로 급증했고 선거 직전에는 50만명을 넘어섰다. 한나라당 홈페이지 방문자수는 8만∼15만명 수준이었다. 여기에 초반 선거전에서 감성에 호소하는 '눈물 광고'와 '자갈치 아줌마 유세' 등으로 상대당을 압도했다. ◆1억원으로 3백만명을 움직였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기간 중 3백만명의 신규 네티즌이 사이트를 방문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터넷에 투입한 비용은 총 9천8백만원.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용을 들여 확보한 3백만명의 위력은 막강했다. 소극적 지지자가 적극적 지지자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재미있는 글을 복사해 메신저나 e메일 문자메시지 등을 이용,친구들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메신저 사용자치고 노 후보 지지글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다. 인터넷 방송의 위력도 컸다. 인터넷 방송을 활용,매일 매일의 유세 상황이 주문형동영상(VOD)으로 제공됐다. 유세 현장에서 후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수만명에 불과했지만 인터넷으로 이를 접하는 사람은 수십만명이다. 젊은층에게 인기 있는 플래시 애니메이션과 만화 등도 급속히 인터넷을 통해 확산됐다. 인터넷 순위 사이트인 랭키닷컴에 따르면 노무현 방송국은 전체 인터넷 방송사 가운데 점유율 9.9%로 3위를 차지했다. 이회창 방송국이 점유율 1.35%로 17위에 머문 것과 대조적이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