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벤처·중소기업 정책에 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소기업 정책의 핵심이 '벤처육성'이었으나 앞으로는 '기술혁신촉진'으로 급격히 전환될 전망이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중소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벤처기업인들의 비윤리성을 자주 지적했기 때문에 벤처정책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 당선자는 유세과정에서 "벤처육성책은 지속하되 정부는 간접적인 지원체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차기정부는 벤처기업을 평가하는 심사과정을 민간평가기관에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벤처에 대한 투자방식도 민관공동으로 1천억원 규모의 '모태펀드(Fund of Funds)'를 결성해 투자하는 간접지원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수도의 이전은 벤처의 지방화를 크게 촉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송종호 중기청 벤처정책과장은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의 지정도 현재의 수도권 중심에서 지방 중심으로 개편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정책의 핵심이 벤처에서 기술혁신, 즉 '이노베이션'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박양호 한국컨설턴트협회 회장은 "이제 벤처기업발굴 정책은 서서히 닻을 내리고 이노비즈(기술혁신기업)발굴 정책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완영 한국이노비즈협의회 회장은 "차기 정부의 정책 중심이 이노비즈로 바뀔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보다 체계적인 이노비즈 발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수 중소기협중앙회 회장은 "현재 정부가 8천개 이노비즈를 육성하겠다고 한 것은 너무 소수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3만개 이상의 이노비즈를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업계의 주장을 감안해 새 정부는 곧 획기적인 이노비즈지원 확대정책을 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반 중소기업들은 차기정부가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줄 것을 요청한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3백6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정부에 대한 단기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인력난을 해소해달라는 수요가 전체의 28.2%를 차지했다. 다음으론 자금조달이 21.4%,판매난 해소가 20.4%를 나타냈다. 이는 여전히 △인력난 △자금난 △판매난 등 중소기업의 3대 애로사항이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이석영 중기청장은 "중소기업의 3대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새 정부는 산업연수생 총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먼지 소음 냄새 등 생산현장의 직무기피요인을 해결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해 보급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규창 중기청 중소기업정책국장은 "새 정부는 중소기업인력지원특별조치법을 제정해 인력난의 원인을 장기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여성사업자가 1백만명을 넘어선 점을 감안해 "여성기업제품의 공공기관구매를 1조6천3백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2백억원 규모의 여성전용펀드를 운영할 것"이라고 유세과정에서 언급했었다. 따라서 차기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인력난 자금난 판매난 등 3대 애로사항 해소 △이노비즈 육성 △여성기업육성 등에 가장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