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박빙의 승부'는 온 국민의손에 땀을 쥐게했다. 21세기 새 천년의 첫 대통령 선거를 순조롭게 마친 국민들은 19일 밤 저마다 가슴을 졸이면서 각 방송사의 개표방송에 모든 눈과 귀를 모았다. 각 가정에서는 개표방송을 보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일찌감치 저녁식사를 마치고 TV앞에 모여 앉아 자신이 지지하고 투표한 후보가 다른 후보들 보다 얼마나 많은득표를 하고 있는지 지켜보거나, 과연 누가 당선자가 될 것인지 등을 예측해보기도했다. 각 방송사에서 투표소 출구조사를 통해 오후 6시 발표하는 개표방송을 놓치지않으려는 시민들이 서둘러 귀가하는 바람에 시내 도로를 비롯, 음식점, 술집 등지는평소 퇴근 시간 이후와 비교해 한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일부 인터넷 동호회나 연말 동창, 직장 모임은 이날 시내 카페나 호프집등지에 모여 가게내에 설치된 TV 대선 개표방송을 지켜보면서 망년회나 송년 모임을즐기기도 했다. 회사원 김태형(35)씨는 "하루종일 대선 이야기로 특근하는 직장에서 일이 손에잡히지 않았다"면서 "지지하는 후보의 향방이 궁금해 일찌감치 귀가해 가족들과 개표방송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공무원 김정남(30.여)씨는 "인터넷 등산 동호회원들이랑 카페에서 만나 저녁 겸술도 마시고 개표방송도 보면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방송국 출구조사 발표에서 오차범위에서 뒤진 것으로 나타난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와 승기를 잡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간 득표율 개표방송이 그동안 치열하게 접전을 벌였던 선거전 만큼 박빙의 차로 경쟁적인 선두다툼을 벌이자 국민들은 TV앞을떠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 단지와 주택가 등지에서는 새 대통령이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밝힌 불로 불야성을 이뤘다. 개표진행중 오후 7시께부터 이 후보에게 뒤지던 노 후보가 오후 8시38분께 이후보를 제치고 역전극을 벌이자 TV를 지켜보던 노후보 지지자들은 온통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광화문 네거리에서도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풍선을 든 노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 대형 밀티비전을 통해 노 후보의 득표가 앞서나가자 감격에 겨워했다. 주부 장기일(33)씨는 "출구조사 발표와 달리 한나라당, 민주당 두 후보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득표율을 보면서 여느 선거보다 가슴 졸였던 것 같다"며 긴장감을감추지 못했다.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인천.김포공항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도 승객들은 어김없이 TV앞에 몰려들어 자신들이 지지한 후보들의 지지율 상하곡선에 따라 일희일비 하는 모습이었다. 개표 중반 이후 이 후보와 노 후부간 큰 표차없는 오차범위속에서 득표율이 전개되자 각 개표장의 개표 종사자들 얼굴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이 떠나지 않았다. 서울 중랑구 망우3동 등 20개동 95개 투표소의 개표가 이뤄진 혜원여고 강당에서 개표에 참여한 최성욱 선관위 관리계장은 "양 후보간 접전과 상관없이 항상 문제없이 개표작업이 마무리돼야하는데 대해 부담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역감정을 탈피한 `세대간 대결'이란 구도속에서 새정치의 장을 바라고있던 많은 국민들은 이날 개표과정을 관심깊게 지켜보면서 영.호남 지역간 득표율이이전 선거과 똑같은 상황으로 전개되자 지역대결 양상이 재현된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낳기도 했다. 회사원 김선영(33.여)씨는 "지역별 표차가 많아 아쉽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대내외적인 국가 현안에 현명하게 대처해주길 기대한다"고 희망을 표시했다. 2002 대선유권자연대 김민영 정책실장은 "대선 사상 최저 투표율은 아쉽지만 아직도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국민의 불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인만큼 당선자는 이 점을 유의하고 국민통합의 새정치를 펴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