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국에 부는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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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미 국무부에서 한반도정책을 총괄하는 제임스 켈리 차관보가 지난 4월4일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한 연설의 한 토막이었다.
미국과 동아시아의 정책이슈를 주제로 한 그의 연설은 당시엔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한국 대선에 관한 발언은 인상적이었다.
기억을 되살려 적어본다.
"민주주의는 예측 불가능하게(unpredictably) 발전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새로운 비전을 가진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들이 부상할 것이다.
우리는 한국의 새 세대가 한국에서 미국의 전통적인 역할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한·미 관계를 다시 설정하길 원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었지만,되짚어보면 의미있는 발언이었다고 생각된다.
당시만 해도 대선의 향방을 점칠 수 없는 때였다.
지금처럼 반미 시위도 심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켈리 차관보는 한국의 역동적인 민주주의 발전과 그 과정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힘을 본 듯했다.
변화를 바라는 새로운 세대의 열망은 켈리 차관보의 말처럼 새 지도자를 탄생시켰다. 켈리 차관보가 노 후보를 의식해서 한 말은 아니었겠지만 한국사회의 저변을 뒤바꾸는 변화의 바람은 제대로 읽었다고 생각된다.
사실 노 후보는 기존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미국을 방문해본 적도 없다.
반미는 반대하지만 미국에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며 대등한 한·미 관계를 주장했다.
일부에선 노 당선자의 이같은 성향이 한·미 관계를 악화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할 정도다.
다시 켈리 차관보의 연설로 돌아가보자."12월 대선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국가의 변하는 분위기(Changing Mood)를 반영할 것이다.
우리는 선거 캠페인을 주시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국의 새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길 기대하고 있다." 그의 연설처럼 한국민들은 변화를 선택했다.
변화의 바람은 한·미 관계에 대한 변화 요구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은 과연 그 바람을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 궁금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