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의 표정에는 '신선하다'는 반응과 함께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노 당선자의 등장은 3김 정치의 낡은 틀과 폐습을 청산하는 선거혁명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일치된 평가다. 그러나 8·15 해방 이후 태어난 한글 세대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한·일 관계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특히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주요 언론매체들은 일본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원로 정치인들과 달리 노 당선자가 일본 정·재계에 특별한 채널을 갖고 있지 않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한을 둘러싼 한·미·일 3국의 공조가 새 국면을 맞게 됐다"며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일본의 조정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하며 자주외교를 중시하는 노 당선자의 정책과 대북 강경자세를 늦추지 않으려는 미국의 견해가 대립될 때 일본은 중간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