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증권과 대신증권의 홍콩지점에서 발생한 대형 미수사건은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국내증권사의 위탁증거금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외국인 중 일부가 주가조작에 가담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증권당국의 역외펀드 관리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1천7백억원에 이르는 LG증권 홍콩지점의 주식 매수대금 미납사건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OZ캐피털 등 12개 외국인 계좌는 대부분 정체가 불분명한 역외펀드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결제능력을 확인하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위탁증거금 없이 대규모 주식거래를 허용한 것은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외국인에 대한 일률적인 위탁증거금 면제는 문제가 있다며 LG증권 홍콩지점에 개선지시를 내렸음에도 시정되지 않았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미수사건에 관련된 12명 중 7명이 코스닥등록기업인 가야전자 주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금감원은 이들을 조사하거나 자금이동을 추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홍콩의 금융감독기관과 조사협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가야전자 이외에도 외국인의 주가조작설이 나도는 종목이 한둘이 아니고 보면 비슷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에서 허술한 역외펀드 관리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역외펀드의 주가조작이 당국의 소홀한 감시망을 노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역외펀드에 대한 관리와 감독은 사각지대나 다름없었고,역외펀드를 이용하는 내국인 또한 없지 않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파헤쳐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외국 증권감독기관과의 공동조사와 정보교환을 위한 협조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