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스타일은 철저히 검증하되 발탁되면 끝까지 믿고 맡긴다는 게 특징이다. 아울러 노 당선자는 탈권위주의식 인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권한위임=노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에서 중요한 측면은 한번 기용하면 끝까지 가는 '권한 위임형'이란 점이다. 노 후보는 선대위 인사 때 선대위원장이나 본부장급 인사 등에만 신경썼을 뿐 실무급 인선 권한은 이상수 총무본부장에게 거의 주다시피 했다. 서갑원·안희정씨 등 과거 경선캠프 때부터 도왔던 젊은 인물들이 선대위 핵심 실무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은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으면 "끝까지 쓴다"는 인사 스타일을 반영했다는 평이다. ◆탈권위주의=노 당선자는 지난 2000년 8월부터 8개월여동안 재직한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민주당 대통령후보 시기 등에서 이같은 스타일을 분명히 드러냈다. 해수부 장관시절 정기인사에서 실·국장급 간부들에게 "당신들이 데려다 쓰고 싶은 과장을 1,2,3순위로 3명씩 적어내라"고 지시하고 과장들에겐 "희망부서를 1,2,3순위로 써내라"고 했다. 이렇게 해서 짜맞추기를 한 결과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과장급 2명을 지방으로 발령냈다. 이와 함께 과장은 1년에 1명,국장은 3년에 한명씩 강제퇴출시키는 인사를 단행하려 했으나 임기가 8개월로 끝나 실행하진 못했다. ◆원칙중시 및 실용주의=지난 5월 첫 비서실장 인사 때 다수는 노 후보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를 보완하기 위해 대기업 출신의 김택기 의원을 추천했다. 그러나 노 후보는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출신으로 자신과 이념적으로 가까운 정동채 의원을 택했다. 평소 원칙과 철학을 반영한 셈이다. 실용주의 또한 중요한 인사 기준이다. 대선기획단장에 범동교동계로 기획력을 인정받고 있는 문희상 의원을 중용한 데서 이같은 인사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기준은 탕평인사=실수를 하거나 조직보다 개인적 욕심과 이해관계를 앞세울 경우엔 가차없이 내치는 냉정한 면도 없지 않다. 물론 노 후보는 당 내분과정에서 드러났듯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과 함께 큰 조직을 관리해 본 경험이 짧아 집권시 예상치 못한 문제점들이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전체적으로 노 후보는 '민주적 리더십' 추구와 더불어 '탕평인사'를 모든 인사의 기준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냉혹한 정치 현실이 그의 원칙을 따라줄지는 미지수다. 윤기동 기자 yoonk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