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21세기 첫 선택] (경제 공약) 일자리 250만개 창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으로 본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국민이 잘 사는 나라'보다 구체적으로는 '중산층과 서민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 건설'로 요약된다.
노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노무현 시대는 빈부격차가 해소되고 국민의 70%가 중산층이 되는, 더불어 잘 사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줄곧 강조해 왔다.
이를 위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고, 물가 안정을 이뤄 경제 잠재성장률을 연 5% 안팎에서 7% 수준으로 확대하는 한편 재벌 개혁 등을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기업 규제는 지속적으로 정비해야 하지만 공정한 경쟁질서와 경영투명성을 위해 재벌 개혁의 고삐는 결코 늦출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따라서 큰 틀에서 보면, 노 당선자의 경제정책은 골고루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분배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분배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금보다 높은 경제 성장이 필요하며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시장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재벌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신성장 시대'를 연다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해 연 7% 수준의 '신성장 시대'를 열어 나간다는 게 으뜸 목표다.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노사화합과 사회통합을 통해 갈등비용을 최소화하고 물가안정을 이루면 7% 성장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동력 공급 확대 역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키워드의 하나다.
노 당선자는 이를 위해 지식정보산업, 개인.공공 서비스분야 등에서 향후 5년간 2백50만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고 여성과 고령자 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북아 중심국가로의 도약은 새 정부의 주요 아젠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는 진작부터 북한 개방을 유도하면서 동북아 대개발을 주도, 동북아.북방 특수를 만들고 1천개 세계 일류상품을 2010년까지 개발해 세계 8강의 수출강국을 실현하겠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아울러 물가 안정을 위해선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 보장 등 한은의 독립성을 더 한층 강화하고 집값과 전.월세 안정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또 '공공요금 조정 청문회' 제도를 도입해 전기 수도 의료보험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재벌은 재벌, 대기업은 대기업'
노 당선자는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돼야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발전이 가능하다는 인식을 줄곧 밝혀 왔다.
이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소유.경영 구조를 갖지 못한 대기업에 대해선 엄격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한 DJ정부가 완결하지 못한 기업개혁을 매듭짓겠다는 확고한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최근까지도 이해당사자간 마찰을 빚고 있는 증권관련 집단소송제에 대해 신속한 제도 도입을 공언한 상태다.
아울러 재벌계열 금융회사에 대한 '계열분리청구제'를 도입, 산업자본(대기업)의 금융지배를 철저히 막을 계획이다.
출자총액제한 및 계열회사간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 등 대기업 집단에 대한 규제도 시장에 의한 감시기능이 충분히 확립될 때까지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이용해 부당하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할 방침이다.
또 가격.입찰 담합 등 카르텔과 독점행위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대신 사회 전체의 감시기능을 높이기로 했다.
재벌의 부당 공동행위와 부당 내부거래 근절을 위해 공정위에 한시적으로 사법경찰권(조사권)을 부여할 방침이다.
투명하지 않은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는 얘기다.
노 당선자는 그러나 지난 20일 당선뒤 첫 기자회견에서 "재벌은 재벌이고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며 "대기업이 왕성하게 경제활동하는 것은 중요하며, 내가 말한 것은 재벌의 불합리한 경제시스템을 고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대기업의 왕성한 경제활동 보장과 강력한 개벌개혁 정책을 어떻게 절충해 갈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금은 공평하게
노 당선자의 조세 정책은 '과세 형평 확보'로 요약된다.
평균 세금부담률을 낮추는 대신 세금을 부담하는 대상을 늘리는 방향(낮은 세율, 넓은 세원)으로 정책을 펴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서민들의 조세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일부 부유층의 변칙 상속.증여에 대해서는 철저히 과세할 방침이다.
우선 전 국민에 대한 객관적인 소득 규모를 파악해 조세와 사회보험 부담의 형평성을 높이겠다고 공약했다.
아울러 연소득 3천만원이하 근로자의 근로소득세 공제폭을 확대해 근로 의욕을 높이기로 했다.
반면 일부 부유층의 변칙적이고 탈법적인 상속과 증여를 막기 위해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를 강화한 사실상의 완전포괄주의가 도입되면 증여 또는 상속으로 파악되는 모든 부의 세습에 대해 과세가 가능해진다.
새 정부는 그러나 완전포괄주의 도입에 따른 위헌 시비, 납세자와의 마찰 및 세무 집행상의 혼란 등을 막기 위해 구체적인 과세 유형을 세법 시행령에 열거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어떤 형태로든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근절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세제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재산세와 종합토지세의 과표 현실화와 주택에 대한 토지와 건물의 합산과세가 추진된다.
재정정책에서는 국가 채무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재정건전화특별법'을 제정, 재정을 조속히 건전화시킬 방침이다.
그리고 향후 나라빚이 될 가능성이 있는 보증채무나 연기금 등에 대한 관리를 엄격히 해 국가채무 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세계 4대 산업강국으로
2010년까지 세계 4대 산업강국으로 도약하는데 산업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 기존 기간산업과 함께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등 차세대 핵심 기술과제 2백개를 선정, 기술개발을 집중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동북아 투자유치의 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해 외국인 투자유치를 적극 확대, 외국인 직접투자액을 현재 GDP 대비 9.7%에서 2010년 20% 이상으로 늘린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지원 체제를 개편, 중소기업이 인력과 자금 걱정없이 경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는 대덕연구단지 및 지방 첨단과학단지를 R&D(연구개발) 특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통상 정책에서는 주요 국가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적극 추진, 안정적인 수출시장 확보와 함께 국내 시장 개방을 통한 경제구조의 선진화를 꾀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일본 중국 아세안(ASEAN)과의 FTA를 추진, 동아시아 경제협력의 토대를 구축할 방침이다.
증권시장은 투명하게
증시 정책은 허위공시 부실회계 주가조작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투명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고선 시장이 활성화되기 어렵다는게 노 당선자의 한결같은 소신이다.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를 하루빨리 도입하겠다는 것도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과 같은 부작용은 보다 큰 이익을 위해 감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회계 기준과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도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서둘러 강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기관투자가를 육성,증시 수요기반을 확대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투자신탁과 은행신탁 등 자산운용 관련제도를 통합 정비해 종합 자산운용업을 육성한다는 계획 역시 대선 과정에서 발표된 사안이다.
금융산업 정책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도록 한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지속적인 개혁을 통해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금융을 핵심 지식기반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동시에 금융회사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하는 경영정보를 크게 확대,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을 촉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를 빨리 민영화해 공적자금을 신속히 회수하는 한편 금융시장의 완전 자율화를 꾀할 계획이다.
노동.복지도 업그레이드
노무현 당선자는 주5일 근무제에 대해 '우선 시행부터 하고 보자'는 입장이다.
지난 2000년부터 노사정위원회에서 2년 넘게 충분히 논의된 사안인 만큼 일단 제도를 도입한 뒤 미비점을 보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재계에서 우려하는 산업경쟁력 약화나 노동비용 증가 등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혀 왔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 제도가 본격 도입될 때 공휴일수 조정과 근로시간 단축 촉진장려금 지원, 고용.산재보험료 감면 등의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도 가급적 내년 7월부터는 법에 따라 공식 노조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공직사회의 안정과 공무원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개선할 계획이다.
다만 파업 등 단체행동권은 불허할 방침이다.
또 외국인 근로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선 고용허가제도를 도입, 인력 부족 업종에 한해 적정 규모의 외국인 인력을 합법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노 당선자는 당선뒤 첫 기자회견에서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문제와 관련, "한국의 노동유연성은 상당히 높게 실현되고 있지만 불합리한 불편이 있다면 점차 고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복지정책은 향후 5년동안 사회복지 수준을 '기본적 생활보장'에서 '전 국민의 보편적 복지'로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 확대, 장애인연금제 도입, 경로연금 확대 등을 추진하고 사회복지 지출비를 GDP 대비 10%에서 13.5%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또 2003년부터 5년간 모두 2백50만 가구의 주택을 건설, 전국 주택보급률을 1백10%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여기에는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임대가 보장되는 임대주택 50만호가 포함된다.
국민임대주택 규모도 기존의 15평에서 20평까지 확대된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