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21세기 첫 선택]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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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기대는 여느 대통령 때보다 크다.
경제가 어려운 만큼 새 대통령이 경제체질개선, 청년실업, 교육개혁과 같은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가기를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특히 서민들은 외환위기이후 중산층이 붕괴되면서 나타난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땀 흘려 일한 사람이 인정받도록 사회시스템과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이 국민화합을 이뤄내야 할 새 대통령에 바라는 가계의 바람을 싣는다.
권영준 (경제정의실천연합 정책협의회 의장.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
우리는 '다같이 잘사는 나라'를 위해 효율과 형평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공정하고 경쟁력있는 시장경제시스템을 구축, 기업하기도 좋고 서민도 잘 사는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새 대통령은 선거기간 중에 발표했던 경제공약들의 철학과 큰 그림만을 그리되 외형에 치우친 숫자엔 결코 연연해선 안된다.
오히려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경제주체 모두가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효율적 경제시스템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구조개혁과 신뢰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또 우리나라를 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로 바꾸어야 한다.
투자하기 좋은 나라는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이런 나라야만 다같이 잘 살 수 있다.
대통령 당선자의 앞에는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남아 있다.
유가급등, 경기불황, 무역분쟁, 국가채무, 가계부채 등 대내외적인 난재를 화합과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극복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아직도 남아 있는 지역감정을 치유하고 빈부격차, 학벌격차, 이념갈등, 세대갈등을 넘어 차세대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들이 맡긴 이 귀중한 역사적 책무를 서두르지 않되 그러나 반드시 우리 경제를 반석위에 올려 놓는 소명을 다하리라고 믿는다.
금난새(56)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마치 전쟁과 같았던 대선 경쟁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결정됐다.
이제는 화합이 제일중요하다.
새 대통령은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오케스트라에는 많은 악기가 나름대로의 소리를 내는 것 같지만 이들이 한 데 어우려지면서 멋떨어진 음악이 만들어진다.
교통정리를 해주는 지휘자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새 지도자는 나라의 각 부분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여러 계층이 조화롭게 발전하려면 사회적 약자에게 좀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새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화정책을 펴주길 바란다.
특히 오케스트라 지원 정책에는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오케스트라는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들의 연간 공연횟수는 배정받은 예산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정부는 그동안 예산만 나눠주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중.소 오케스트라는 자금난에 허덕였다.
'오케스트라는 한 나라의 문화 수준을 반영한다'는 얘기가 있다.
새 대통령은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점이 있으면 고쳐 나가길 바란다.
이진용 (24.서울대 국어교육과 3)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정치혁명을 이뤄냈다.
앞으로 새 정부는 구태의연한 정쟁을 그만두고 젊은 세대의 열망을 이어가는 새로운 21세기형 정치를 선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선거기간에 공약을 남발하고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버리는 이전의 대통령들과 달리 임기동안 약속했던 공약(公約)을 성실히 실천하는 믿음이 가는 모습을 우선 보여줘야 할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실업도 새 정부가 해결할 과제다.
주위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갖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젊은 실업자'들을 보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
실업률을 낮추는 데에 연연하지 말고 젊은층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새 정부에게 거는 기대 가운데 하나는 사회적 소외계층과 중산층이 살맛나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하는 것이다.
빈부격차를 줄여 계층간 위화감을 없애 모두가 신바람나게 생활할 수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
이밖에 서울대를 개혁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주의를 타파하고 군 복무기간을 줄이겠다는 약속도 꼭 지켜줬으면 좋겠다.
이영희 주부(40)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꼭 지켜달라.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이 있는데 얼마 전 TV에서 전경들이 기합받고 맞는 모습을 봤다.
언젠가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하는데 부모 마음이 어떻겠나.
국민연금 제도가 불합리하다.
한 달에 유족연금 41만원과 서울에 사놓은 건물 1채에서 월세 80만원을 받는데 국민연금을 내라고 한다.
소득이 많으면 모르겠지만 얼마 안되는 유족연금을 받아 국민연금을 내야 한다니 억울하다.
대통령께서 사소한 일까지 신경쓸 수야 없겠지만 앞뒤가 안맞는 제도는 고쳐달라.
공무원들의 정신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서울에 있는 건물의 종합토지세 고지서가 집에 배달되지 않아 구청에 전화를 세 번이나 했는데 공무원들이 서로 떠넘기기만 한다.
황당하기도하고 체납세를 물까봐 걱정도 된다.
사교육비도 부담스럽다.
중학교 2학년짜리 딸 아이와 초등학생 아들에게 한달 과외비로 20만원 넘게 쓰고 있다.
그나마 다른 집보다는 적은 편이다.
노무현 후보가 서민들을 잘 이해할 것 같아 노 후보를 찍었다.
나는 고향은 대구지만 서울에 살다 전남 순천으로 이사왔다.
지역감정이 사라지고 서울과 지역이 골고루 발전하면 좋겠다.
이정희(37) 서울 중구 중림동 식당 한우촌 사장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한 만큼이 약속이 꼭 지켜지길 기대한다.
지난해부터 서민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
수도세 전기료 등 공과금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고기 야채 등 식자재 값도 너무 뛰었다.
그렇지만 7년째 밥값을 올리지 않고 있다.
서민들을 상대로 장사하기 때문에 섣불리 가격을 올릴 수 없어서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주머니속에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다.
흥이나서 일을 하기가 힘든게 사실이다.
새 대통령은 반드시 세금을 낮춰 주고 물가도 잡아줬으면 좋겠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고가의 명품을 버젓이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10대 학생들도 수십만원이 넘는 가방을 메고 다닌다.
한 푼이라도 더 벌고 아껴쓰는게 최선인 줄 알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를 지켜보면 맥이 빠진다.
'열심히 일해서 저축하면서 사는게 잘못된게 아닌가' '너무 고지식한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앞서기도 한다.
새 대통령은 '서민의 대통령'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그런 만큼 민심을가감없이 읽어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야 국민이 즐겁게 일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 사회부 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