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시대-21세기 첫 선택] (내가 본 당선자) "따뜻한 사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이충정 < 제일은행 두산타워지점장 >
노무현 당선자와 부산상고 동기인데다 졸업후 첫 직장을 함께 다닌 인연으로 그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 봤다.
그는 솔직하고 진솔한 사람이며 잘못된 일에 대해 남에게 탓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노 당선자는 일이 안될 때 불평하는 법이 없다.
곤경에 처했을 때는 아무런 말없이 한곳을 응시하는 버릇이 있다.
그는 말할 때도 입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얘기한다.
항상 마음을 바탕으로 얘기하기 때문에 감동적인 사람이다.
이 때문에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 사람이다.
악수를 하면 손이 참 부드러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손이 굉장히 따뜻한데 손만 따뜻한게 아니라 마음도 따뜻하다.
그는 겉으로 보기엔 활동적이어서 무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사실은 천금같이 무거운 사람이다.
노 당선자는 고교시절도 참으로 어렵게 살았다.
그렇지만 주름하나 없이 밝고 명랑하고 친화력 좋게 지냈다.
한번은 노 당선자 교복에다 누군가 잉크병을 쏟았다.
그런데 그는 화를 내기는 커녕 한번 씩 웃고 말았다.
공부도 잘했고 덩치가 큰 친구들과 잘 놀았다.
덩치큰 애들이 다른 애들에게는 호기를 부리곤 했지만 어쩐일인지 노 당선자 앞에만 가면 꼬리를 내리고 다소곳했었다.
그때부터 리더십과 강한 카리스마가 있었다고 본다.
졸업후 노 당선자가 농협 입사 시험에 낙방해 나와 어망회사에 함께 일한 적이 있다.
새벽에 출근해 어망을 옮기는데 당선자의 키가 작아 어망이 잘 안들리다 보니 풀쩍풀쩍 뛰어 다니곤 했다.
눈을 반짝거리며 리어커를 끌던 당선자의 모습을 잊기 어렵다.
당시 봉급날 노 당선자는 "관리사원에게 월급을 줘야지 왜 일당을 주냐"며 도시락을 먹다말고 항의하기도 했다.
불편부당한 것은 참아내는 성질이 아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야 마는 사람이다.
부인 권양숙 여사는 마음이 태평양같이 넓은 분이다.
한번도 화를 내는 것을 못봤다.
남의 얘기를 듣고 동조하고 설득하는 분이다.
노 당선자가 밖에서 그렇게 열정적으로 뛰어다니는데 그런분을 가라앉히고 재충전시켜 전선에 내보내느라 고통이 많았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해수부장관 시절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공사를 분명히 구별하는 노무현의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사무실에서는 '공적'으로 대하더니 나올때는 문밖까지 따뜻하게 배웅을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