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 출범 첫 해인 내년 세계경제는 유난히 불확실성이 많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연초부터 미국과 이라크간의 전쟁가능성, 아시아국가간의 통화마찰, 중남미 경제위기 지속 등 세계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이 많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 세계경기는 이런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하반기 들어서야 본격적인 회복이 기대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전망기관들은 내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 내외로 예상,올해보다 소폭 상승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가별로 미국경제는 더블딥 우려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경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주가가 지난 10월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경기도 활황세가 유지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 1월에는 부시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국경제 구조상 이런 부양책의 효과가 3∼6개월 후 나타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 들어서는 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규모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위험수위에 도달한 가계부채, 추가 테러위협이 언제든지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소지가 높아 회복세는 완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예측기관들은 올해 2.2%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경제가 내년에는 2.6% 내외로 소폭 높아지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경제는 내년에도 침체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의 관건인 일본국민들의 소비가 '좀비경제(zombi economy)'라고 불릴 정도로 일본정부의 어떤 신호(signal)에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정책적으로도 이제는 통화.재정정책 모든 수단이 무력화된 상태다. 이달 들어 엔저 정책을 추진해 마지막 경기회복을 모색하고 있으나 중국 등 인접국들의 반발과 일본 내 자금 이탈로 부양효과가 의문시된다. 예측기관들은 내년에 일본 경제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세계경제는 유로랜드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영국 스웨덴 덴마크의 유로랜드 가입 이후 유로존 확대에 따른 자체적인 성장동인(動因)으로 그동안 불안하게 유지돼 온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반면 유로랜드의 중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지금의 구조적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유로랜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다행인 것은 주요 예측기관들이 유로랜드의 자체적인 성장동인을 중시해 올해 0.9%보다 다소 높은 2% 내외의 성장률을 전망하고 있는 점이다. 개도국 경제는 옛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끌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7.5%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경제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2년차를 맞아 개방효과(open effect)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소한 올해 수준의 성장률은 무난하다는게 예측기관들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러시아의 성장세도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계획대로 WTO에 가입할 경우 지난 2000년 하반기부터 지속되고 있는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아시아 개도국들은 경제주체들의 자산-부채 사정이 악화돼 내수가 부진할 것으로 보여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중남미경제는 자체적인 위기극복 능력이 결여된 데다 미국 IMF 등의 보수적인 자금지원 성향을 감안할 때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