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총장] 정성진 <국민대 총장>-윤종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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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나오지 않은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16대 대선에서 당선됐다.
노 당선자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교육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벌시스템으로 상징되는 대학서열구조와 입시제도'를 꼽은바 있다.
노 당선자의 인생 역정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부단한 노력'으로 점철돼 있다.
그래서 학벌보다는 능력으로 인재를 평가해 중용하는 사회를 만들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이에 따라 대학들도 '간판 만들기'보다는 실력있는 인재를 키우는 경쟁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가 만난 모교 총장-국민대 편'에서는 '학벌보다 능력 갖춘 인재 양성'을 주제로 정성진 국민대 총장과 윤종웅 하이트맥주 사장이 만나 대담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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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 사장 =하이트 맥주는 최근 신입사원을 채용했는데 응시한 학생들의 어학과 전공분야의 실력이 뛰어나더군요.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긍정적인 사고와 일에 대한 끈기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는 현재 우리의 대학교육과 기업의 인재채용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겠죠.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는 실력보다는 인성을 높게 평가하는데 대학에서도 이 점을 감안한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정 총장 =동감입니다.
요즘 기업이 기대하는 인성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도 변해야 합니다.
국민대는 개교이후 지금까지 민족교육, 전문교육, 인성교육, 실용교육을 중심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죠.
학생들에게 풍부한 교양과 함께 정신적인 면을 강화하기 위해 특색있는 교육과정을 운영중입니다.
먼저 학생들과 교수들간의 유대감을 높이고 보다 창의적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사제동행 세미나'를 2년전부터 실시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사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지식을 제공하는 '목요특강'도 매주 운영하고 있죠.
이밖에 기업에 필요한 소양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디자인.경영.법학 등의 분야에서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해오고 있습니다.
▲ 윤 사장 =하지만 일부에서는 토익(TOEIC) 위주의 취직영어 공부가 대학생활의 전부가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수년동안 영어를 공부해도 막상 회화는 못하는 '절름발이 공부'가 될 수 밖에 없죠.
앞으로 대학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지식과 응용력을 갖춘 인재를 키워낼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나 기업들의 최우선 과제가 국제 경쟁력인데 대학에서부터 실무능력과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춘 '글로벌 시티즌'을 육성하는게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 정 총장 =그렇습니다.
국민대는 21세기의 창의성과 리더십을 갖춘 글로벌화된 인재를 목표로 하고 있죠.이를 위해 '도약 2010'이란 중장기 발전전략을 마련, 오는 2010년까지 5∼6개의 특성화분야를 국내 최상위 수준으로, 2∼3개 분야는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디자인 분야와 자동차공학, 정보관리, 법학, 예술대학 등을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있죠.
또 '산학협력위원회'를 설치해 교수들과 기업의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실사구시형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올해 인도에 60명의 학생을 파견해 현지 교육기관에서 3개월의 인턴을 거치면 32학점을 인정해 주고 있습니다.
이 결과 지난해 '파티청바지'란 독특한 아이템을 상품화해 미국으로부터 1백만달러의 수주를 받은 이진윤(의상디자인 4)학생을 비롯 '미르의 전설'이란 게임을 개발한 박관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대표(경영학과 91) 등 창의력 있는 인재들을 많이 배출하고 있죠.
▲ 윤 사장 =최근 국내기업들은 환경 경영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하이트도 경남 마산과 전북 전주, 강원 홍천 등 백두대간 자락에 공장을 설립해 환경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죠.
▲ 정 총장 =국민대도 북한산 국립공원을 배경으로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친화적인 대학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학내에 삼림대학이란 단과대가 있으며 공과대학에는 물환경연구소라는 부설기관도 설치했죠.
또 내년말까지 학내에 1천2백대 규모의 지하주차장을 만들어 '차 없는 캠퍼스'를 만들 계획도 추진중입니다.
▲ 윤 사장 =내년부터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려는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진다고 합니다.
국민대는 어떤 전략으로 우수학생을 모집할 생각인가요.
▲ 정 총장 =우선 학내의 교육여건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이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린다면 국민대를 선호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도 각종 실기대회와 경시대회를 개최해 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해 보면서 국민대의 장점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있죠.
또 지난해 UI(대학통합이미지)를 교체한데 이어 올해에는 '다른 생각이 다른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모토로 '개성을 살리는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이란 국민대의 정체성을 알리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 윤 사장 =하이트맥주는 현재 신입사원을 채용한 후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두고 문제있는 사원은 발령을 내지 않습니다.
그만큼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을 현장에 바로 투입하기 어렵다는 얘기죠.
앞으로 기업과 대학이 협력해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4학년 2학기에 현장실습을 내보내 실무경험을 얻게 하는 것은 어떨까요.
▲ 정 총장 =좋은 생각입니다.
산학협동을 통해 대학은 연구 프로젝트를 담당하고 기업은 필요한 연구성과와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에게 유익하다고 봅니다.
국민대도 자동차공학 전문대학원과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 비즈니스IT 전문대학원 등에서 학생들에게 현장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인턴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기업들이 소위 일류대학들에만 지원해 주는 등의 문제점이 개선돼야 합니다.
▲ 윤 사장 =기업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신제품과 디자인 개발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하이트맥주도 현재 시장점유율 1위에 만족하지 않고 맥주시장 개방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매일 바뀌는 소비자들의 기호를 연구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은 물론 사내 교육이나 외부 강연을 통해 직원들에게 서비스정신과 판매전략을 재교육하고 있습니다.
대학도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의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 정 총장 =국민대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대학도 국내외의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학내에 벤처기업을 유치하고 각 연구소의 연구인력을 외부대학에서 받아들여 활용하고 있죠.
교수인력도 외부인력을 많이 늘려 법대강의에 차정일 특별검사가 교수로 나서고 환경부의 고위공무원을 외부강사로 초빙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