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 공약에서 "신(新)성장 전략으로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연 5% 안팎으로 추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목표치다. 노 당선자측은 "노동력 공급을 늘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노 당선자의 '신성장 전략'은 지난 80년대 초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공급중시 경제정책(레이거노믹스)'과 유사한 면이 있다. 정부의 예산투입 등 '수요조절' 정책보다는 사회의 생산능력 자체를 확대하려는 '공급위주'의 성장을 꾀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레이건은 '대대적인 세금감면'으로 사업욕구를 부추겨 공급능력을 확대하려 했던 반면 노 당선자는 '여성·노인 등 유휴인력의 생산현장 투입'으로 생산능력을 높이려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노인·여성 경제활동 참가 유도 노 당선자는 "여성과 노인들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최대한 많이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여성 취업을 늘리기 위해 보육료의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고 직장보육시설을 확대하기로 했다. 임금피크제(특정한 시점부터 급여가 줄어드는 임금체계)를 도입해 근로자의 실질 정년을 늘리고 고령자에 대한 직업교육과 훈련도 늘리기로 했다. 여성과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가 늘어나면 경제성장률이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노 당선자측은 보고 있다. 여성과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48.8%였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2007년까지 60%대로 끌어올리고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2000년 37.7%)도 50%대로 높일 방침이다. 노사화합과 지역갈등 해소,대기업 체제 개혁을 통한 시장질서 재구축으로 사회의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것도 '노(盧)노믹스'의 한 축이다. 인허가 등 각종 규제를 없애고 준조세를 대폭 정비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일자리 창출과 신시장 개척 늘어나는 경제활동인구를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노 당선자가 제시한 것은 '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과 '신시장 개척'이다. 실버택배 간병인 숲해설가 문화안내인 등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50만개,사회복지 정보기술(IT) 창업분야의 여성 일자리 50만개를 각각 만들기로 했다.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일자리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투입 확대와 생산성 향상,사회효율 증대 등으로 인한 공급 확대분은 동북아·북방 특수(特需)와 선진국 수출 확대,해외 개발원조를 활용한 개발도상국 시장 개척 등으로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주택 2백50만호 건설과 사회복지비 지출확대 등은 내수시장을 뒷받침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활력에 중점둬야 노 당선자의 '신성장 전략'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노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높은 경제성장률도 달성하겠다는 '일석이조(一石二鳥)' 정책이다. 그러나 이같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일자리 구하기를 포기했거나 일할 의사가 없는 노인과 여성을 다시 일터로 끌어들일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공공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릴 경우 정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 주5일 근무제가 졸속으로 시행되면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고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경직적인 대기업 체제 개혁과 상속·증여세 포괄 과세는 기업인의 사업의욕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연구개발 투자의 생산성 향상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고 동북아·북방 특수에도 변수가 많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경제팀장은 "임기 내에 경제성장률 연 7%를 달성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면 물가 상승이나 경상수지 적자,집값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성장률 자체를 경제운용의 목표로 삼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성장률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 투입을 무리하게 늘리면 경제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미국이 지난 90년대 '신경제 호황'을 누렸던 것은 지난 80년대의 세금감면 정책이 10년 정도 지나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며 "새 정부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에 활력을 주는 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