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중국 외교부 주최 기자단 송년회.평소 친했던 한 외교부 관리가 다가와 대뜸 "축하한다"는 말을 던졌다.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이 젊은 대통령을 뽑지 않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그와의 대화에서 '중국이 노무현 당선자를 진정으로 반기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장쩌민 주석이 '열렬히'라는 수식어를 붙여 축하의 뜻을 전한 것도 이를 보여준다. 중국이 노 당선자를 반기는 이유는 그들의 전통외교 노선인 '순망치한(脣亡齒寒)'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한 평화공존은 중국의 일관된 한반도 정책이다. 한반도 불안은 당면 최고 국가 목표인 경제발전에 충격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순망치한'을 내세워 한국전에 참전,50만여명의 젊은 목숨을 잃고 결국은 경제적인 타격을 받았던 사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중국은 '햇볕정책 기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노 당선자를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노 후보의 대미관 역시 중국인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대만 문제로 미국과 세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동북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미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노 당선자를 '우군(友軍)'으로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중국언론이 노 당선자를 소개하면서 "미국에 대해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 "한 번도 미국에 가보지 않은 인물"이라고 강조하는 데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언론은 노 당선자가 서민출신의 50대 젊은 정치인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는 출신 성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정치인생을 개척한 후진타오 부주석과 흡사하다. 노 당선자와 후 부주석은 내년 비슷한 시기에 각각 대통령,국가주석에 올라 5년동안 나라를 이끌게 된다. 정서적으로 통하는 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노 당선자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분위기는 21세기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노무현 대통령-후진타오 주석'시대 파트너십 구축의 밑거름이 될 거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