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실적 평가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기업의 CEO들이 최종적으로 손에 쥐게 되는 성적표는 주가. 주가의 등락에 따라 CEO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물론 심하면 CEO자리도 왔다갔다 한다.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의 CEO들은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얼마나 이익이 남을 지를 남몰래 계산해보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는 역시 주가를 많이 올린 기업의 CEO들이 최고 인기다. 주가는 회사분위기와 직원들의 표정도 바꿔놓는다. 주가가 오른 기업의 직원들은 아무래도 당당하고 여유가 넘친다. 특별성과급을 받을 가능성도 있고 우리사주로 받은 주식도 평가익이 짭짤하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대부분 양호한 실적을 낸데다 주가도 어느 정도씩 올랐다.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도 주가가 올라 입을 다물지 못하는 CEO중 한 명이다. 지난해 연말 3천5백원하던 주가가 지난주말에는 1만4백50원을 기록했다. 1만2천5백50원까지 올랐던데 비하면 다소 하락한 것이지만 주가가 이만큼 오른 대기업이 없다. 올해 워크아웃에서 졸업한데다 인천 송도에 보유한 토지 개발도 추진하고 있는 점이 작용했다. 실적도 지난 3.4분기까지 7백73억원의 이익을 냈다. 적정주가를 1만8천원으로 산정한 증권회사도 있다. 이동호 사장 개인적으로도 주가 올라 내심 싱글벙글이다. 이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지난 10월 GM대우로부터 인수한 주식의 매입가격은 6천2백원선. 벌써 주가가 50%이상 오른 셈이다. 경영에 여유가 생기다보니 회사측은 자사주 매입과 우리사주매입도 추진하고 있다. 우호지분을 합쳐도 아주산업 등 대주주측 지분이 20%에 불과해 경영권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 주식을 사려는 직원들은 "주가가 낮았을때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 한다. LG화학은 작년말 액면가 이상의 주가를 유지했던 대기업중에서는 올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만1천7백50원에서 4만8천5백원 수준으로 뛰었다. 유화업종은 경기에 따라 실적이 크게 달라지는데 올해 유화수요가 살아나면서 제품판매가격이 급등했다. 중국에 세운 공장들도 본격적으로 가동돼 실적호전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LG생활건강과 생명공학부분을 분할하면서 유화경기의 호전이 그대로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재작년 LG정유 주식매입사건으로 주가가 치명타를 입었던 상황을 거의 극복했다. 회사측은 "미래 승부사업으로 육성중인 정보전자소재사업도 지난 4년간의 적자를 탈피했고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사업 산업재사업 등 모든 사업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인 점이 주가에 많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기호 사장이 주가관리에 기울인 공로도 적잖다. 올해 3~4차례에 걸쳐 미국 뉴욕 등 주요 해외도시를 돌며 기관투자가들을 만났다. 업무에 바쁜 대기업 CEO가 매분기 해외IR에 나서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는 국내기관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적설명회에도 직접 참가한다. 성신양회는 주가가 지난해 연말 6천1백원에서 1만2천7백원으로 배이상 올랐다. 보수적인 회사분위기 속에서도 박찬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이 주가에 매우 신경을 쓰는 편이다. 회사 관계자는 "IMF때 구조조정을 잘해 3년간의 적자끝에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올해도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원들도 특별상여금 지급 여부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9.11테러사태이후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9.11이전 2만원대에 있던 주식이 한때 4천원대까지 빠졌었다. 지난주말 주가는 1만3천4백50원으로 지난 연말의 8천1백20원과 비교해도 65%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론 조양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주가가 아직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구조조정을 지속하면서 항공기 매각 손실 등이 계속 반영돼 실적이 단기간내에 크게 호전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증시에서는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익이 당초 목표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직원들은 창사이래 첫 특별성과급을 기대하며 꿈에 부풀어 있다. 삼성 계열사 가운데는 액면가 밑에서 올라온 삼성테크윈 다음으로 삼성SDI의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이 회사 김순택 사장은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주주가 인정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며 결국 CEO가 주가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주주와 약속한 실적은 꼭 달성하겠다"며 밀어부친 덕에 주가는 지난해 말 5만8천원에서 7만9천6백원으로 올랐다. 값이 비싼 대기업 주식이 이만큼 오르기는 쉽지 않다. 이 회사는 기존 브라운관 기업에서 탈피해 디지털.모바일 기업 이미지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이다. 특히 2차전지,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유기EL 등 신규사업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도 삼성SDI 관계자들은 "회사의 위상이 제대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도 상승여력은 남아 있다"며 아쉬운 표정이다.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오히려 불만족스러워하는 회사 CEO들은 또 있다. 내실위주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글로벌(김승정 부회장)은 자사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을 팔아 2천7백억원의 처분이익을 올렸다. 주가도 8천4백60원에서 1만2천원으로 41%나 올랐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의 영향이 적어 못내 아쉬워하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주가가 1만5천6백원에서 2만6백원으로 오른 삼양사의 김윤 부회장도 "회사의 수익구조 개선에 비해서 저평가돼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