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만 되면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각종 자선행사가 펼쳐진다. 그러나 빈부의 격차는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MBC가 25일 성탄절을 맞아 내보내는 특집 다큐멘터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오후 4시10분)은 빈민을 위해 소액 융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에 대한 취재 기록이다. 그라민 은행은 '신용은 모든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라는 신념 아래 방글라데시의 빈민들에게 담보나 보증없이 소액 융자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다섯 사람이 모여 그들 간의 인간관계를 보증으로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은 연5% 정도의 저리로 돈을 빌려준다. 돈을 갚지 않았을 경우에 법적 제재는 없다. 그래도 회수율이 97%에 달한다. 이 은행은 지난 26년간 방글라데시내 8백만 가구에 소규모 융자를 해줬다. 국외로도 눈을 돌려 60여개 국가의 3천5백만 가구에 돈을 빌려줬다. 이 중 42%가 가난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은행은 오는 2015년까지 세계 빈민의 수를 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 은행 주식의 93%는 돈을 빌려간 빈민들이 소유하고 있다. 나머지 7%는 정부 소유. 빈민들의 은행이지만 첫 2년을 제외하고는 매해 이익을 실현해왔다. 초기에 국제기구들로 부터 받던 보조금도 95년부터는 받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방글라데시의 독립과 함께 귀국한 유노스 총재는 "자선금은 사람들로부터 창의력을 빼앗기 때문에 가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재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에서 배운 우아한 경제이론이 빈민들의 생활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부자만을 상대하는 기존 은행들과는 달리 가난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재정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