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 <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 hecho@kotef.or.kr > 한경에세이를 통해 필자는 다른 분들과 형식을 달리해 일곱번에 걸쳐 사회 단면 스케치를 그려보았다. 선거 때마다 억울하게 매도당하는 직업공무원,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경영자,이공계 기피현상을 걱정하는 공대교수,국내의 냉대 때문에 해외로 눈 돌린 벤처기업인,은행합병으로 실직한 지점장,교육평준화에 멍든 강남학생,취업난에 시달리는 지방대생 등 분야별로 대표성 있는 인물을 가상 스케치한 것이다. 다들 주어진 여건아래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름대로 한두가지씩의 응어리가 그들 가슴속에 들어 있다. 군사정부가 종료된 이후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는 분명히 발전해 왔다. IMF체제 등 몇번의 위기가 있었음에도 경제는 크게 성장했고,상당한 수준의 민주화도 이뤄졌으며 국제적인 위상도 매우 높아졌다. 이제 밥 굶는 사람 거의 없고,어느 장소에서나 할 말 못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고,한두 번 국제선 비행기 안타본 사람도 많지 않다. 확실히 더 잘 살게 되었고 더 자유롭고 더 다양한 삶을 살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불만과 그들간 갈등은 줄지 않았다. 아마 국민들의 만족도와 의식수준이 높아진 이유도 있고,자기 탓이 아닌 남의 탓으로 우선 돌리려는 사회풍토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역대 정부들이 국민들의 일체감 조성에 성공하지 못했던 것에 있는 것 같다. 그 지도층의 도덕성 문제와 분파주의,차별적 인사 등이 이를 더 부채질한 이유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외환위기 때와 월드컵 때도 보았지만 언제든지 동기부여만 되면 강력한 단일체가 될 수 있다. 국정을 운영하면서 각 계층을 다 만족시킬 수는 없고 제로섬이 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건전하고 공정한 정부는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다. 이제 명승부 끝에 대통령 당선자가 당당히 결정됐다. 많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이고 잘해줄 것이라고 기대가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통합이다. 그간의 지역간,계층간 각종 갈등을 종지부 찍을 에필로그가 쓰여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