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언론들이 한국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꼭 들어가는 단어가 하나 있다. 'kowtow(카우타우)'라는 말이다. '고두(叩頭)'라는 중국어의 미국식 표현이다. 우리말로는 '아부한다'는 얘기다. 노무현 당선자가 선거운동기간 "미국에 아부할 생각은 없다"고 한 말이 'I have no intention of kowtowing to U.S.'라고 번역되면서 지금 유행어가 되고 있다. '카우타우'때문일까. 한국의 대선결과가 발표된 직후 뉴욕 한국사회에서는 작은 소란이 하나 일어났다. 이곳에서 발행되는 월스트리트저널이 노무현 당선자 대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캐리커처를 게재한 것. 한국 총영사관에서 부랴부랴 사진바꾸기 작업에 나섰지만 이미 신문은 배포된 뒤였다. 미국 보수주의의 본산임을 자부하는 신문의 '정정'약속을 받은 게 고작이었다. 사진오보 소동은 편집진의 실수로 이해할 수 있다. 노 당선자가 미국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어서 헷갈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사내용을 보면 이들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오만한 지 쉽게 알 수 있다. '남한의 슈뢰더'란 이 사설의 부제는 '주한 미군을 철수할 때?'다. 한국민들의 민주적인 선택을 '북한의 승리'라고 비웃으며 시작하는 이 사설이 내린 결론은 "한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미군을 한국인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미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론'은 진보성향의 뉴욕타임스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20일자에 실린 "미국이 한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연간 30억달러를 쓰는데 왜 그들은 우리를 미워하는가?"라는 도발적인 기사가 행간을 읽게 해준다. 기사는 성조기가 불타고 있는 사진과 한 카페 출입문에 붙어있는 '미국인 출입금지'란 대형 스티커 사진을 곁들이고 있다. 미국언론들의 '반한 감정'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북한 핵문제와 얽혀있는 탓에 남한에도 늘 삐딱한 시선인 게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이 우리 경제의 최대 시장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미제 불매운동이 미국의 한국산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경우 경제적인 손실은 우리가 훨씬 더 크다. 차기정부 담당자들이나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